생활비는 줄지만 ‘집값 장벽’에 발목…“결국 다시 돌아간다”
은퇴 후 한국으로 돌아와 여유로운 삶을 계획했던 재외동포들 사이에서 최근 ‘역이민 포기’ 사례가 늘고 있다. 기대와 달리 한국의 높은 아파트 가격이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면서, 실제 정착을 앞두고 계획을 접거나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한인 커뮤니티에는 “미국에서 50만 달러면 작은 콘도를 마련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같은 금액으로 원하는 수준의 아파트를 찾기 어렵다”는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환율 기준 약 7억 원 수준의 자금으로는 서울에서 만족할 만한 주거 환경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역이민 사례에서는 초기 예산을 5억 원대로 잡았다가, 현실적인 매물을 찾는 과정에서 7억~8억 원대로 올라가고, 결국 10억 원 이상으로 확대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초 기대했던 ‘한국은 생활비가 저렴하다’는 전제가 무너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단순한 가격 수준이 아니다. 한국은 지역에 따라 주거 환경과 생활 만족도가 크게 달라지는 구조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을 기준으로 하면 주거비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고, 반대로 지방이나 외곽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생활 인프라와 접근성에서 타협이 필요하다.
이 같은 구조는 역이민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선택의 딜레마를 안겨준다. 생활비 절감을 기대하고 한국을 선택했지만, 주거 수준을 유지하려면 예상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미세먼지, 주거 밀집 환경, 사회적 분위기 등 비가격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역이민 경험자들은 “생활은 편리하지만 답답함을 느낀다”거나 “결국 미국 생활이 더 맞는다”며 다시 돌아가는 사례도 공유하고 있다.
다만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의료 접근성, 대중교통, 외식비 등 생활 편의 측면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특히 같은 비용을 기준으로 보면 서비스 수준이나 생활의 질이 높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역이민을 단순한 비용 비교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주거비를 포함한 전체 생활 구조를 고려해야 하며, 무엇보다 실제 거주 경험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집부터 구매하지 말고 일정 기간 임대 생활을 하며 지역과 생활 패턴을 확인한 뒤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결국 역이민은 ‘어디가 더 싸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높은 아파트 가격은 그 선택의 문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