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과 주택가를 걷다 보면 빈 상가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한때 손님들로 북적이던 식당과 카페가 폐업 안내문만 남긴 채 문을 닫고, 새로운 업종이 들어와도 몇 달을 버티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매출보다 비용이 더 많이 오른다”며 생존 자체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코스피가 강세를 이어가고 서울 핵심 지역 아파트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도대체 경기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금융권 대출 잔액은 약 1,100조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도 22조 원을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을 나타냈고, 연체율 역시 2%대로 올라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와 저소득 사업자를 중심으로 재무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세청 통계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지난해 5년 이상 영업한 사업자의 폐업은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고, 20년 넘게 운영하던 음식점의 폐업도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를 버텨낸 자영업자들조차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 임대료 부담, 대출 원리금 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시장을 떠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크게 호소하는 부분은 매출 감소보다 수익성 악화다. 식재료 가격과 전기·가스요금, 인건비, 배달앱 수수료 등 운영비는 계속 오르는데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으면서 실제 남는 돈은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매출은 비슷해도 순이익은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는 자영업자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왜 주식시장과 서울 부동산 시장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경제를 ‘양극화된 회복’이라고 설명한다. 코스피 상승은 국내 모든 기업의 실적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AI 산업 성장 기대와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수출기업에 투자자금이 집중된 영향이 크다. 일부 종목의 강세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구조인 만큼 자영업 경기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역시 전국이 함께 오르는 시장은 아니다. 최근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곳은 서울 강남권과 용산, 성동구, 마포구 등 일부 핵심 지역에 집중돼 있다. 반면 지방과 수도권 외곽에서는 거래 부진과 가격 조정이 이어지는 지역도 적지 않다. 결국 부동산 시장도 ‘서울 핵심지’와 ‘그 외 지역’의 격차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이처럼 자산시장과 실물경제가 따로 움직이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의 흐름에 있다. 소비시장으로 흘러야 할 자금은 경기 불확실성과 물가 부담으로 위축된 반면, 투자자금은 상대적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도체 기업과 서울 핵심 부동산으로 집중되고 있다. 다시 말해 시중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자산으로만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자영업 부문의 금융 리스크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금리와 내수 경기 변화에 따라 취약 자영업자의 부실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관리와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면서비스업과 고령 자영업자, 취약 차주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경기 회복 여부를 판단할 때 코스피나 서울 아파트 가격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소비와 고용, 자영업 매출, 폐업률 같은 실물경제 지표를 함께 살펴야 실제 경기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과 일부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띤다고 해서 모든 국민의 체감경기가 좋아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지금 한국 경제는 자산을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대기업 중심 수출 산업과 내수 자영업, 서울 핵심 지역과 지방 사이의 격차가 더욱 커지는 구조적인 변화 속에 놓여 있다. 앞으로 금리와 소비 회복 여부가 자영업 경기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실물경제의 온기가 동네 상권까지 확산될 수 있을지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