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틴의 ‘불멸 프로젝트’
* WSJ “유전자 치료·장기 3D프린팅까지 국가사업”
* 인류는 죽음을 이길 수 있을까
러시아가 유전자 치료와 인공장기 개발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며 ‘장수 혁명’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절대 권력을 가진 지도자들이 불멸을 꿈꾼 사례는 이미 수천 년 전에도 존재했다. 중국 최초의 통일 황제 진시황이 대표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약 260억 달러 규모의 장수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세포 노화를 늦추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 3D 바이오프린팅을 통한 인공장기 제작, 미니돼지 체내에서 인간 장기를 배양하는 이종이식 기술 등이 핵심 연구 분야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노화 관련 질환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특히 이 사업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딸인 내분비학자 마리야 보론초바와 러시아 과학계 실세로 꼽히는 미하일 코발추크가 참여하고 있다. 크렘린궁도 관련 연구가 국가 지원 아래 진행되고 있다고 공식 인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건강하고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해 왔다. 웃통을 벗고 말을 타거나 사냥을 하는 모습,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장면 등을 공개하며 강한 지도자의 상징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이미지 관리가 아니라 노화와 죽음 자체를 과학기술로 극복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러한 모습은 2천여 년 전 중국의 진시황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절대 권력을 손에 넣은 뒤에도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전국 각지에 불로초를 찾도록 명령하고, 연금술사와 방사들에게 막대한 재정을 지원했다. 특히 서복이라는 인물을 동해로 보내 신선이 산다는 섬에서 불로초를 구해오도록 했다는 기록은 유명하다.
그러나 당시 불로장생의 비약으로 여겨졌던 수은 성분의 단약은 오히려 독이 되었고, 진시황은 4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 시작한 노력이 역설적으로 죽음을 앞당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오늘날의 과학은 진시황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 유전자 편집, 줄기세포 치료, 장기 재생 기술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장수 프로젝트 역시 아직 국제 학계에서 충분히 검증된 성과를 내놓지는 못한 상태다.
결국 진시황의 불로초와 푸틴의 유전자 치료는 시대만 다를 뿐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과연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가. 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권력과 부, 첨단 과학을 모두 동원해도 죽음이라는 자연의 법칙 앞에서는 누구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은 2천 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
한편, 국제 학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관련 연구 성과가 국제 학술지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지 못했으며, 서방 제재로 인해 러시아 과학계가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와 단절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객관적인 논문과 검증된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실질적 성과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정치적 상징성이 더 큰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73세의 푸틴 대통령은 오랫동안 건강하고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번 장수 프로젝트는 단순한 이미지 관리 차원을 넘어 러시아 최고 권력층이 노화와 수명 연장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되고 있다.
WSJ은 “정치 권력은 통제할 수 있어도 시간과 죽음은 통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