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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2일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와 대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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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기존 정당, 혁신하고 알 깨야…못하면 외부 충격 생길지도”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 생존전략’ 출판기념회 및 귀국 간담회 개최 “국민들께 가장 긴박한 얘기할 것…15개월 연속 적자, 尹정부 왜 그렇게 태평하나”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2일 국내 정치 문제와 관련, “기존 주요 정당들이 과감한 혁신을 하고 알을 깨야만 될 것”이라며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외부의 충격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조지워싱턴대학 엘리엇스쿨 한국학연구소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 출판기념회를 마친 뒤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정치가 길을 잃고 있고, 국민이 마음둘 곳을 잃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그런 일이 생길지) 그것은 저도 잘 모르겠다. 그런 일이 안 생기도록 기존 정치가 잘 해주길 지금으로선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유학생활을 해왔던 이 전 총리가 오는 6월 하순 귀국을 앞두고 내놓은 언급이어서 주목된다.

일각에선 이 전 총리가 귀국후 민주당으로 정계복귀를 하지 않은 채 관망하면서 ‘제3의 길’을 갈 가능성을 열어둔 게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의 현 상황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그 노력의 결과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귀국 후 활동’에 대해 “아직까지 그렇게 세세한 것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제가 책을 쓰고 강연을 다니고 했던 그 주제가 저에겐 가장 긴박한 주제였고, 귀국 후에도 언제까지일진 모르지만 그 주제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어떻게 생존하고 번영을 유지해 갈 것인가에 대해 할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활동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귀국후 민주당에서 어떤 역할을 하기보단 국민들과 접촉하겠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특별히 저에게 의무로서 주어진 역할이 없다. 그것을 억지로 어떻게 한다는 것은 이상하다”며 “국민들께서 가장 받아들이기 쉬운 방법으로, 국가적으로 가장 긴박한 얘기들을 하겠다. 그것이 우선순위에서 더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굉장히 답답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금 여러가지 활로가 막혀가고 있는 것같이 느껴진다”며 “국가로서 활로를 열어가는 데 제가 약간의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국민을 향해 말씀드리고, 그것이 여론을 형성한다면 정부나 정당이 일정한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갖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행히 많은 국민들께서 제 책에 대해, 제가 말씀드리는 것에 대해 동의해 주시는 것 같다”면서 “그만큼 국민들께서도 깊은 위기의식을 갖고 계시다는 뜻이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내년 총선에서의 역할론에 대해선 “총선에서 제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저 혼자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제가 거기까지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통일된 목표를 잃고 있다는 것,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들은 마음을 둘 곳을 잃고 있는 상태다. 이것을 빨리 바로잡아서 정치가 길을 잡고, 국민이 어딘가 마음둘 곳을 갖게 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거기까지가 지금 갖고 있는 결심”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국민이 마음 둘 곳이 지금의 야당도 아니라는 판단도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까 얘기한 것처럼 서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될 것”이라며 “그래서 국민들께서 그래도 내가 마음 둘 곳이 이쪽이라고 생각한다면 다행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귀국 후 어디에 거주할 것이냐’는 물음엔 “광화문에 제 집이 있다. 이제 이사다닐만한 에너지도 없다”고 했고, 귀국 후 첫 공식일정에 대해선 “아직 아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윤석열정부의 1년에 대한 평가와 관련, “미중 전략경쟁이나 국제질서가 매우 불안정하다든가는 윤석열정부의 책임이 아니지만, 그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는 정부의 책임”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그 후자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5월이면 15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될 텐데, 그것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를 아직까지 저는 못 들었다”며 “왜 그렇게 태평하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이 분단국가로서 평화를 확보하는 일, 동맹국가로서 신뢰를 유지하고 공유한 가치를 추구하는 일, 반도국가로서 인접 대륙국가들과 건설적 관계를 유지하는 일, 통상국가로서 세계 모든 지역에 퍼져 있는 무역상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 등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데, 동맹국가로서 역할만 다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불충분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종합적으로 보고,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가져야만 된다”며 “그렇게 해주길 윤석열정부에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중심으로 한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선 “우리가 북한의 핵위협에 노출돼 있다면 억지 역량을 확보하고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동시에 긴장이 고조되지 않고, 오히려 완화되도록 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한중관계의 안정적 정립, 남북한 사이의 상시적 대화 통로를 열어놓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전 총리는 “(한미정상회담 때) 경제분야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나 반도체 협력에 따른 한국의 부담, 지원대상 배제 같은 것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는 발판을 만들지 못하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마치 그런 현실을 인정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줬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상외교는 국민들께 아주 종합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인데, 태도에서 국민들께 낭패감을 줬다. 정보기관에 대한 도청을 미국이 시인하고 사과까지 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괜찮다’, ‘악의에 의한 도청은 아닐 것’이라고 두둔했다는 것은 국민들께 상당한 정도의 낭패감을 줬다”며 “‘그것이 잘못됐다’, ‘유감스럽다’, ‘그런 일이 없길 바란다’는 정도는 표명했어야 국민들이 납득하기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일관계에서도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관해 가장 일방적인 방법을 선택했다”면서 “대통령의 발언으로서 역사의 청산을 요구해왔던 것이 마치 잘못된 것인양 국민들께 말씀하신 것도 국민들께 크나 큰 혼란을 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 전 총리는 출판기념회를 겸한 강연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위기에 놓였다. 불안하게 지켜왔던 평화와 번영이 한꺼번에 흔들리고 있다”며 “한반도에서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점점 더 확연해지고 있다. 냉전시대에 미소 대립의 최전방이었던 한반도가 이제는 미중 경쟁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미일 협력강화와 관련해 “한미일 협력의 강화는 필요하지만 그것은 북중러 연대의 강화를 부르며 한반도의 긴장을 높일 것”이라며 “한미일 협력 강화와 함께 한반도 긴장의 완화가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북대화, 남북대화와 안정적 한중관계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