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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캐나다 산불 연기 미국 동부 덮쳤다…뉴욕·버지니아 ‘코드 레드’ 발령, 올여름 최악 대기질 비상

미국 동부 지역이 다시 캐나다 산불 연기에 뒤덮였다. 뉴욕과 버지니아를 비롯한 동북부와 중서부 여러 지역에는 대기질이 건강에 해로운 수준까지 악화됐다는 ‘코드 레드(Code Red)’ 경보가 발령됐으며, 당국은 외출 자제와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이번 대기오염은 캐나다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연기가 남하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미국 언론과 기상당국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수백 건에서 발생한 연기가 편서풍과 고기압의 영향으로 미국 동북부와 오대호 지역까지 이동했다. 특히 대기를 덮고 있는 강한 고기압이 연기를 지면 가까이에 가둬두면서 뉴욕, 버지니아, 메릴랜드,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미시간, 일리노이 등 20여 개 주에서 대기질이 급격히 악화됐다.

뉴욕주는 주 전역에 대기질 경보를 발령했으며, 뉴욕시는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일부 시간대 ‘레드(적색)’ 수준까지 치솟았다. 레드 단계는 어린이나 노약자뿐 아니라 건강한 성인도 장시간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수준으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대기질지수(AQI) 기준에서는 ‘건강에 해로운(Unhealthy)’ 상태를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는 누구나 호흡기 자극과 기침, 눈 따가움,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경험할 수 있으며 천식이나 만성폐질환 환자는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

버지니아 북부를 관할하는 페어팩스 카운티도 17일 캐나다 산불 연기의 영향으로 ‘코드 레드’ 대기질 경보를 발표했다. 카운티는 “공기질이 모든 사람에게 건강에 해로운 수준”이라며 야외 운동과 장시간 외부 활동을 줄이고, 어린이와 노인, 임산부, 심혈관질환자와 호흡기질환자는 가능한 한 실내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이번 연기는 단순히 하늘이 뿌옇게 보이는 수준이 아니다. 산불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PM2.5)는 일반 미세먼지보다 입자가 매우 작아 폐 깊숙이 침투할 수 있으며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반복적으로 산불 연기에 노출될 경우 천식 악화, 기관지염, 폐기능 저하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와 일부 신경계 영향까지 우려된다고 설명한다.

미국 여러 도시에서는 실제로 하늘이 노란빛과 주황빛으로 변하고 도심 스카이라인이 연무에 가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뉴욕 맨해튼에서는 고층빌딩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시야가 크게 나빠졌으며, 일부 야외 스포츠 행사와 각종 이벤트가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뉴욕시는 냉방센터와 공공시설을 개방하고 KN95 마스크를 배포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2023년 캐나다 산불 당시 뉴욕을 뒤덮었던 최악의 대기오염 사태와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당시에도 캐나다 퀘벡 지역 산불 연기가 미국 동북부를 덮으면서 뉴욕시는 세계에서 공기질이 가장 나쁜 도시로 기록된 바 있다. 올해는 피해 규모가 당시보다 다소 작을 가능성이 있지만, 캐나다에서 여전히 대형 산불이 계속되고 있어 연기가 반복적으로 미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질병 전문가들은 산불 연기 경보가 내려졌을 때는 창문을 닫고 실내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조언한다. 외출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일반 마스크보다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는 N95 또는 KN95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조깅이나 자전거 타기처럼 호흡량이 증가하는 운동은 연기 농도가 낮아질 때까지 미루는 것이 좋다.

기상당국은 앞으로도 바람의 방향과 고기압의 위치에 따라 캐나다 산불 연기가 미국 북동부와 중서부를 반복적으로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는 현재도 대형 산불 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올여름 미국 동부 주민들은 폭염뿐 아니라 산불 연기에 따른 대기질 악화에도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