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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육사 역사 끝나나…대전 ‘통합 국군사관학교’ 추진, 미국·일본은 어떻게 운영할까

정부가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설립하는 방안을 공식 추진하면서 우리나라 장교 양성체계가 건국 이후 가장 큰 변화를 맞게 됐다.

국방부는 미래전 환경에 맞는 합동형 장교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개혁이라고 설명하지만, 각 군의 전문성과 전통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가 발표한 기본계획에 따르면 새롭게 출범하는 국군사관학교는 대전 자운대에 들어서며, 현재 서울 태릉의 육군사관학교와 경남 창원의 해군사관학교, 충북 청주의 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신입생은 입학 단계에서 육군·해군·공군 학부를 선택하지만 1~2학년 동안에는 공통 군사교육과 인문·과학·리더십 교육을 함께 받고, 3~4학년에는 각 군별 전문교육을 집중적으로 이수하게 된다. 또한 민간 교수 비율을 현재보다 크게 늘려 첨단 과학기술과 인공지능, 사이버전, 무인체계 등 미래 전장 환경에 필요한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번 발표로 “육군사관학교가 80년 만에 사라진다”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지만, 현재는 정부의 기본계획이 발표된 단계다. 실제 통합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 제정과 국회 심의, 예산 확보, 기존 학교 이전 및 시설 조성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당장 육군사관학교가 폐교되는 것은 아니며, 향후 입법과 공청회 과정에서 구체적인 운영 방식과 개교 시기 등이 결정될 예정이다.

국방부가 대전 자운대를 선택한 이유는 국방과학연구소를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어 첨단기술과 군사교육을 연계하기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운대에는 이미 합동군사대학과 여러 군 교육기관이 위치해 있어 국방 교육의 중심지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번 통합안이 발표되면서 가장 많이 비교되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이미 육상·해상·항공자위대 장교 후보생을 하나의 학교인 ‘방위대학교’에서 교육하고 있다. 학생들은 같은 캠퍼스에서 생활하며 공통교육을 받은 뒤 졸업 후 각 자위대의 전문교육기관으로 이동해 군별 교육을 이어간다. 생도 시절부터 다른 군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의 국군사관학교 역시 일본 모델과 유사하지만, 3~4학년부터 군별 전공교육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반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합동작전 체계를 운영하면서도 장교 양성은 군별로 분리하고 있다. 육군은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의 미국육군사관학교, 해군과 해병대는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의 미국해군사관학교, 공군과 우주군은 콜로라도주의 미국공군사관학교에서 각각 교육을 받는다. 학교는 분리되어 있지만 합동훈련과 합동참모교육, 실전 경험을 통해 협업 능력을 키우는 구조다. 프랑스 역시 육군 장교는 생시르 군사학교, 해군 장교는 해군사관학교, 공군 장교는 공군사관학교에서 각각 양성하며 군별 전문성을 유지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통합을 찬성하는 측은 현대전에서는 육군·해군·공군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드론과 인공지능, 우주, 사이버전이 결합된 미래전에서는 합동작전 능력이 필수이며, 생도 시절부터 함께 교육받으면 군 간 이해와 협업 능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복되는 교육과 행정조직을 통합하면 예산 절감과 교육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군별 작전 환경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해군은 함정과 해양교육, 공군은 항공기와 비행교육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륙인 대전에서 4년간 교육받을 경우 해군과 공군의 현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가 오랜 기간 이어온 역사와 전통, 동문 네트워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사관학교가 하나인지 셋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 내용이라고 말한다. 공통교육을 통해 합동성을 높이는 동시에 각 군의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해군 생도의 함정 실습과 공군 생도의 비행 및 항공교육을 어떻게 보장할지, 기존 학교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 통합의 성패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주요 국가를 살펴보면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미국과 프랑스는 군별 사관학교를 유지하면서 합동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은 통합형 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이 추진하는 국군사관학교는 일본식 통합 모델과 미국식 전문교육을 절충한 새로운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군사관학교가 미래형 장교 양성을 위한 성공적인 교육개혁이 될지, 아니면 각 군의 전문성과 전통을 약화시키는 성급한 통합으로 평가받을지는 앞으로의 입법 과정과 교육과정 설계,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달려 있다.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대한민국 사관학교 체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만큼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