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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인 빈곤율 OECD 1위…집은 있는데 왜 가난할까?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사상 처음 40% 아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5’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노인 소득 빈곤율은 39.7%로 OECD 평균 14.8%의 약 2.7배에 달했다.

그러나 한국의 노인 빈곤 문제를 단순히 재산이 없는 노인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한국 고령층의 상당수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재산 대부분이 자신이 거주하는 부동산에 묶여 있어 실제 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시가 10억원짜리 집을 가진 노인이라도 국민연금으로 매달 50만~60만원을 받고 별도의 금융소득이나 임대소득이 없다면 생활은 빠듯할 수밖에 없다. 집값은 올랐지만 관리비와 공과금, 식비, 의료비 등 매달 지출해야 하는 생활비를 충당할 현금소득은 부족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른바 ‘부동산 부자, 현금 빈곤층’이라는 독특한 노인 빈곤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평생 모은 재산으로 집 한 채를 마련했지만 집을 팔거나 담보로 활용하지 않는 이상 생활비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75세 이상 초고령층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거나 연금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소득은 줄어드는 반면 의료비와 간병비 부담은 증가하면서 생활비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은 노인 빈곤을 줄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층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된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연금 확대만으로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안 가운데 하나가 주택연금이다. 자신이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하면서 주택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어 부동산 자산을 생활비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려는 상속 문화와 집값 상승 기대 등으로 가입을 꺼리는 고령층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보유한 재산의 규모보다 매달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흐름이라고 지적한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금융소득, 임대소득, 주택연금 등 다양한 노후소득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 문제는 단순히 ‘재산이 없는 노인이 많다’는 문제가 아니다. 집은 있지만 생활비가 부족한 고령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부동산에 묶인 노후자산을 어떻게 안정적인 소득으로 전환할 것인지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