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이 투자시장이 아니라 거대한 노름판으로 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상승과 하락에 배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투자자들의 돈이 특정 종목과 고위험 상품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급락 사태와 관련해 “카지노 영화의 한 장면처럼 주식시장이 출렁이며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일 관련 레버리지 ETF 상품들은 하루 만에 10% 넘게 하락했고, 14개 상품의 평균 종가는 약 1만6000원으로 상장가 2만원을 밑돌았다. 최근 일주일 동안 일부 상품의 낙폭은 40% 수준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한국 증시의 지나친 반도체 쏠림 현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거래대금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한 달 반 사이 30%에서 51%로 급등했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 16종을 포함하면 관련 거래 비중은 83%에 달한다.
주식시장 전체 거래의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방향에 베팅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레버리지 ETF는 주가가 상승하면 일반 투자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 역시 크게 확대된다. 특히 하루 수익률을 기준으로 운용되는 상품 특성상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장기간 보유할 경우 투자자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정치권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1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증권사 CEO들의 비공개 간담회 이후 약 2주 만에 금융위원회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입법예고했고, 시행령 개정과 상품 출시까지 불과 4개월여 만에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러 종목으로 투자 위험을 분산하는 ETF 상품 확대 요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고위험 상품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특정 종목 쏠림과 투기적 거래를 정부가 오히려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 역시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시장 쏠림 현상을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감독원도 시장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운용사의 과도한 마케팅 여부를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식시장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고 장기적으로 자본을 공급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특정 종목의 하루 주가 움직임에 두 배, 세 배의 수익을 노리는 상품이 넘쳐나고 투자자들의 자금이 극소수 종목에 집중된다면 증시는 투자시장이 아니라 거대한 베팅장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증시 활성화와 주가 부양이라는 명분 아래 고위험 금융상품의 문턱을 낮춘 결과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는다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레버리지 상품이 아니다.
기업의 실적과 성장 가능성을 믿고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시장, 개인투자자를 투기적 거래로 내몰지 않는 건전한 자본시장을 만드는 일이다.
한국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도 전에 ‘코리아 카지노’라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보다 강력한 투자자 보호 대책과 시장 쏠림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