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군사 충돌을 넘어 미국 소비자들의 생활비 부담으로 번지고 있다. 전쟁 비용은 국방 예산에만 머물지 않았다. 휘발유 가격, 항공권, 물류비, 식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리며 미국 가계가 체감하는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번 전쟁으로 미국 납세자와 소비자가 떠안은 비용이 최소 1,3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00조 원대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여기에는 직접 군사비뿐 아니라 에너지 가격 상승, 운송비 증가, 물가 상승 압력 등이 함께 반영됐다.
가장 먼저 불이 붙은 곳은 에너지 시장이었다. 전쟁이 시작된 뒤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불안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지나는 전략적 해상 통로다. 이 지역에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즉각 가격에 반영된다.
그 결과 미국 내 휘발유 가격도 크게 뛰었다. 브라운대 연구진이 운영하는 ‘이란 전쟁 에너지 비용 추적’ 자료에 따르면, 전쟁 이후 미국 소비자들이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승으로 추가 부담한 금액은 약 600억 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달러 안팎에서 4달러 수준까지 오르며 미국 가계에 직접적인 압박을 줬다.
기름값 상승은 단순히 주유소 가격표에서 끝나지 않는다. 항공사는 항공유 가격이 오르면 운항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는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럭·선박·항공 운송비가 함께 오르면 마트에 진열되는 식품과 생활용품 가격도 영향을 받는다.
특히 식품 가격 상승 우려도 커졌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농산물 생산과 운송 비용이 동시에 상승한다. 여기에 비료와 원자재 가격까지 흔들릴 경우 농가 생산비가 올라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 밥상 물가에도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군사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미 국방부가 밝힌 전쟁 관련 직접 비용만 수백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비용은 이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 미사일과 탄약 재고 보충, 해외 기지 복구, 장비 정비, 항공모함 전단 운용비 등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추가 지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 피해는 경제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란과 레바논 등지에서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고, 미군 사상자도 보고됐다. 국제 인권단체와 외신들은 이란 내 학교 공격, 레바논 공습 피해 등을 두고 민간인 보호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문제를 논의하면서 국제 유가는 고점에서 내려온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가가 내려간다고 해서 소비자 부담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미 오른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은 시차를 두고 식품·항공·서비스 가격에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전쟁은 중동의 군사 충돌이 미국인의 일상 물가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전쟁터는 멀리 있었지만, 그 비용은 주유소와 마트 계산대, 항공권 가격표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