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한때 화장품 로드숍이 줄지어 서 있던 거리에는 이제 대형 약국들이 빠르게 들어서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됐던 명동 상권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는 이른바 ‘K-약국 쇼핑’ 열풍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명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 상당수는 쇼핑 목록에 약국 방문을 포함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 화장품이 주요 쇼핑 품목이었다면 최근에는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피부 재생 제품까지 구매 품목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한국 약국은 단순히 약을 사는 곳이 아니라 ‘한국 방문 필수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제품들이 많고,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피부 재생 크림이나 흉터 연고, 잇몸약, 소화제 등이 상대적으로 비싸거나 종류가 제한적이다. 반면 한국은 약국마다 다양한 제품을 비교하면서 구매할 수 있다.
최근 미국 한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품목 중 하나는 흉터 치료제로 유명한 노스카나겔이다.여드름 흉터나 수술 흉터 관리에 사용되는 제품으로 미국에서도 관심이 높다. 마데카솔 시리즈 역시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상처 회복과 피부 재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한국 방문 시 여러 개를 한꺼번에 구매하는 경우도 흔하다.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PDRN 재생크림도 약국 인기 품목이다. 연어 DNA 성분으로 알려진 PDRN은 피부 재생과 보습 효과로 일본과 중국 관광객뿐 아니라 미주 한인들에게도 관심을 받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부문에서는 고려은단 비타민C가 대표적이다. 미국에도 다양한 비타민 제품이 있지만 고려은단 특유의 고함량 비타민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 루테인과 오메가3 역시 부모님 선물용이나 본인 건강 관리용으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중장년층 한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제품도 있다. 인사돌과 이가탄 같은 잇몸 건강 제품들이다. 한국에서는 익숙한 제품이지만 미국에서는 동일한 제품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 방문 시 반드시 챙기는 품목으로 꼽힌다.
소화제 시장에서는 훼스탈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기름진 음식을 먹은 후 더부룩함을 완화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며 미국 거주 한인들 사이에서도 꾸준한 수요가 있다.
화장품 분야에서는 올리브영이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토리든 다이브인 세럼, 라운드랩 독도 라인, 닥터지 레드 블레미쉬 크림, 메디힐 마스크팩 등은 미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여행객들의 쇼핑 리스트 상위권에 올라 있다.
명동의 한 약사는 “예전에는 감기약을 사러 오는 손님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 바구니를 들고 들어와 제품을 고르는 모습이 더 흔하다”며 “이미 SNS와 유튜브를 통해 구매 목록을 정해놓고 오는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의료 소비 가운데 약국 이용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약국이 단순한 의료 공간을 넘어 관광 소비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