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현대중공업까지 확산… 해외와 다른 한국 노사 갈등 구조
“영업이익의 몇 %를 성과급으로 보장하라”는 요구가 한국 산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기본급 인상이나 복지 확대가 노사 협상의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기업 실적 자체를 직원들과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새로운 갈등 중심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특히 IT·반도체·조선업계를 중심으로 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과 직접 연동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면서 재계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20일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은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카카오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 모두에서 파업 찬반 투표가 가결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의 성과는 직원 모두가 만든 결과”라며 영업이익의 13~15%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 등 일부 계열사는 이미 합법적 쟁의권까지 확보한 상태다.
비슷한 움직임은 다른 대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LG유플러스 노조 역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 공유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고성과급 지급 사례가 일종의 기준처럼 자리 잡으면서 “회사 실적이 좋으면 직원도 확실히 보상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곳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 노조는 사업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고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며 총파업 가능성까지 예고했다. 다만 노사는 20일 막판 협상 끝에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까지 장기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반도체와 AI 공급망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한국 특유의 산업 구조와도 관련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IT기업들은 스톡옵션이나 RSU(양도제한주식) 형태로 성과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여전히 현금 성과급 중심 문화가 강하다. 일본 역시 춘투 중심의 점진적 임금 협상 구조가 자리 잡고 있어 한국처럼 단기간에 영업이익 배분 갈등이 격화되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분석이다.
재계는 성과급 요구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기업 투자 여력 감소와 고정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기업들이 직원 보상에는 인색하다며 성과 공유 확대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이번 갈등은 단순 임금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 기업 성장의 과실을 누가 얼마나 가져갈 것인가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새로운 충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