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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포인트 지역화폐 전환 검토…소비 진작 기대 속 재산권·운영 구조 논란

이재명 대통령이 사용되지 않고 있는 카드와 멤버십 포인트를 지역화폐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소비 활성화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잠자고 있는 포인트를 소비로 연결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소비자의 재산권과 선택권, 지역화폐 운영 구조를 둘러싼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용되지 않고 남아 있는 각종 카드·쇼핑·멤버십 포인트가 상당한 규모에 이른다며 이를 지역화폐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관련 부처에 주문했다. 지역화폐 활용도를 높여 민간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결제수단으로,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는 전통시장과 동네 상점,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지역 밖으로 소비가 빠져나가는 것을 줄이고 지역 내 소비를 늘리는 것이 정책의 핵심 목적이다.

그러나 이번 방안을 두고 가장 먼저 제기되는 논란은 소비자의 재산권이다. 카드 포인트와 멤버십 포인트는 소비자가 카드 사용이나 상품 구매를 통해 적립한 경제적 권리다. 현재도 여신금융협회의 카드포인트 통합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면 여러 카드사의 포인트를 한 번에 조회하고 현금으로 계좌 입금받을 수 있다. 이미 사용 방법이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이를 지역화폐로 전환하는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나오고 있다.

포인트 규모를 둘러싼 의문도 있다. 카드 포인트는 매년 일정 금액이 사용되지 않은 채 소멸되고 있지만, 대통령이 언급한 ‘수십조 원’은 카드 포인트뿐 아니라 통신사, 쇼핑몰, 항공사, 각종 멤버십 등 다양한 기업 포인트까지 포함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정부가 정확한 대상 범위와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만큼 실제 전환 대상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역화폐의 효과를 놓고도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 연구에서는 지역화폐가 소상공인 매출 증가와 지역 내 소비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경기 침체 시기에 소비를 지역 안에서 순환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다른 연구에서는 지역화폐가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기보다 기존 소비의 결제수단만 바꾸는 경우가 많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사용 가능한 업종과 지역이 제한되면서 현금보다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쟁점은 운영 시스템이다. 지역화폐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민간 플랫폼 업체가 앱 개발과 충전, 결제, 가맹점 관리, 정산 시스템을 맡고 있다. 대표적으로 코나아이를 비롯해 한국조폐공사와 금융기관 등이 지역화폐 플랫폼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카드 포인트가 대규모로 지역화폐로 전환될 경우 운영 플랫폼의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고, 일부에서는 특정 플랫폼 기업에 수수료와 데이터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현재까지 특정 업체가 불법적인 특혜를 받았다고 확인된 사실은 없으며, 대부분의 지역화폐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공개입찰이나 제안평가를 통해 운영사가 선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이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포인트를 강제로 지역화폐로 전환하기보다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만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처럼 현금화하거나 원래 사용처에서 사용할 권리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운영 수수료와 운영사 선정 과정, 포인트 전환 대상 범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불필요한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잠자는 포인트를 소비로 연결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책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적립한 포인트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재산권 보호와 소비자의 선택권, 운영 구조의 투명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