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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당첨돼도 현금 10억 필요…‘로또 청약’은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서울 강남권 신규 아파트 청약을 둘러싸고 ‘현금 부자들만의 리그’라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수십억원 저렴한 가격에 분양돼 당첨만 되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정작 당첨 이후 잔금을 치르려면 10억원 안팎의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청약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관심을 모은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방배’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약 22억원 수준이다.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약 18억원의 차익이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래미안 트리니원’ 역시 분양가와 주변 시세의 차이가 커 당첨될 경우 상당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로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더라도 절대적인 분양가격 자체가 일반 무주택 실수요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이다.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규제로 대출한도가 제한되면서 청약에 당첨돼도 상당한 자기자금을 보유하지 않으면 계약을 유지하기 어렵다.

온라인에서는 “20억원짜리 아파트를 자기 돈 없이 대부분 대출로 사겠다는 것이 오히려 투기 아니냐”는 의견이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다. 10억원을 연 4% 금리로 대출받으면 이자만 월평균 약 333만원에 달한다. 원금까지 상환하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상환능력을 넘어선 대출을 허용하면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대출을 막아놓고 주변 시세보다 수십억원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하면 결국 현금 부자나 부모에게 거액을 지원받을 수 있는 사람만 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득기준을 충족하면서 동시에 10억원 안팎의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일부 특별공급의 경우 사실상 ‘부모 찬스’ 없이는 접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해결책은 아니다. 주택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출을 확대하면 구매력이 증가해 집값 상승과 청약 과열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현금 10억원이 있느냐’가 아니다. 주변 시세와 분양가의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지면서 청약 당첨자 한 명에게 10억~3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는 현재의 주택 공급구조가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가라는 문제다.

20억~30억원짜리 강남 아파트를 일반적인 서민주택으로 보기는 어렵다. 자기자본 없이 거액의 대출을 받아 집값 상승에 베팅하도록 허용하는 것도 정상적인 주택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대출은 막으면서 현금 부자 가운데 당첨된 소수에게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안겨주는 ‘로또 청약’ 역시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제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고가주택에 대한 무분별한 대출 확대는 막되 분양가상한제로 발생한 막대한 시세차익이 특정 개인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장기 실거주 의무와 전매제한, 개발이익 환수 등 제도적 보완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영끌해서 강남 아파트를 사는 사회’도, ‘현금 10억원을 가진 사람만 로또 청약에 참여하는 사회’도 정상적인 주택시장의 모습은 아니다.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것은 수십억원의 빚을 내 집을 사게 해주는 정책이 아니라 자신의 소득과 자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