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총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6500조원을 넘어섰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정부·가계·기업이 보유한 비금융부문 총부채는 6515조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약 280조원이 증가한 규모다.
6515조원이라는 숫자만 보면 국가 재정이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정부가 진 빚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부채와 가계부채, 기업부채를 모두 합산한 금액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정부부채는 약 1217조원, 가계부채는 약 2360조원, 기업부채는 약 2938조원으로 집계됐다.
오히려 증가폭만 놓고 보면 기업부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1년 동안 기업부채는 약 110조원 늘었고 정부부채는 약 103조원, 가계부채는 약 68조원 증가했다. 총부채 증가의 상당 부분이 민간 부문에서 발생한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빚이 가장 많은 나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한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약 245% 수준이다. 경제 규모의 약 2.5배에 해당하는 빚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미국과 중국도 각각 270% 안팎, 29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역시 비슷한 수준의 높은 부채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많은 국민이 우려하는 정부부채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상황은 다소 다르다.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약 49% 수준이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 미국(120% 이상), 일본(190~200% 이상), 프랑스(110% 이상), 영국(80% 이상)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편에 속한다. OECD 국가 가운데서도 중하위권 수준이다.
전문가들이 진짜 우려하는 부분은 가계부채다.
국제금융협회(IIF)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약 89% 수준으로 주요 국가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일부 통계에서는 캐나다 다음으로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부동산 가격 상승 과정에서 늘어난 주택담보대출과 자영업 대출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업부채 역시 GDP 대비 110%를 넘어선다. 수출 둔화나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 수준에 머물렀다.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가운데 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같은 부채라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로 글로벌 금리가 다시 상승할 경우 한국의 정부·기업·가계 모두가 동시에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금리 상승은 곧바로 소비 위축과 투자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
6515조원이라는 숫자만 보면 한국 경제가 당장 위기에 처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국제 비교 기준으로 보면 정부부채 자체는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다만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와 높은 기업부채, 그리고 저성장이라는 삼중 부담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경제의 진짜 문제는 정부의 빚이 아니라 가계와 기업이 짊어진 거대한 부채 구조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금리와 경기 흐름에 따라 이 문제가 한국 경제의 최대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