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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 “퇴직금 없애고 월급 올린다”…청년은 환영, 중장년층은 반발

일본 기업들이 수십 년간 유지해온 퇴직금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대신 퇴직금 재원을 월급이나 기업연금으로 전환해 현재 임금을 높이는 방식이 늘어나면서 일본 사회에서 세대 간 인식 차이도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일본 경제전문지 토요케자이에 따르면 일본 대표 제지기업인 오우지홀딩스는 올해 봄 이후 입사하는 직원들의 퇴직금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회사는 기존 퇴직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월 급여에 포함해 지급할 예정이다. 화학·플라스틱 소재 제조업체인 타키론 시아이도 올해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금 제도를 폐지하고 해당 비용을 급여와 확정기여형(DC) 연금으로 전환했다.

일본 기업들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심각한 인력난 때문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노동인구가 감소하면서 기업들은 신입사원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과거처럼 수십 년 뒤 지급하는 퇴직금보다 현재 월급을 높여야 우수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일본 젊은 세대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약해지고 이직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먼 미래에 받을 퇴직금보다 지금 당장 월급이 늘어나는 것이 더 현실적인 혜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한 30대 직장인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0년 뒤 받을 퇴직금보다 현재 실수령액이 늘어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중장년층의 반응은 정반대다. 수십 년 동안 퇴직금을 노후자금으로 기대해온 근로자들은 사실상 기존 보상체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퇴직을 앞둔 직원들은 퇴직금 축소가 노후 설계 자체를 바꿀 수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의 퇴직금 제도는 1950년대 후반 종신고용 문화와 함께 자리 잡았다. 당시 기업들은 인력 확보를 위해 장기 근속자에게 큰 보상을 제공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퇴직금이 급격히 증가하는 제도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은 거액의 퇴직금 부담을 재무적 위험요소로 보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인건비 구조를 보다 유연하게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에는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법정 퇴직금 제도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직장인들은 퇴직금 대신 401(k)와 같은 기업연금과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을 통해 노후를 준비한다. 회사가 일정 금액을 추가 적립해 주는 매칭 제도가 일반적이며, 근로자가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구조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한 회사에서 수십 년을 근무하더라도 별도의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국은 여전히 퇴직금 제도가 법적으로 보장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는 퇴직금 지급이 의무화되어 있으며, 국민연금과 함께 노후 생활의 중요한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 직장인들의 노후자금은 국민연금, 퇴직금(퇴직연금 포함), 개인연금 등으로 구성된다.

전문가들은 일본식 퇴직금 폐지 모델이 한국에 당장 도입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기업들이 인력 확보를 위해 초임 인상 경쟁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일부 기업에서는 퇴직금 구조를 조정해 현재 임금을 높이는 방식의 보상체계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기업들의 퇴직금 축소 움직임은 단순한 임금체계 변경이 아니라 종신고용 시대의 종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과거에는 “한 회사에 오래 다니면 퇴직금으로 보상받는다”는 개념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현재의 임금과 자유로운 이직”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노동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시작된 이러한 변화가 향후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고용 정책과 기업 인사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앞으로도 관련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