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의 갈등이 개인적인 설전과 비판 보도를 넘어 소송과 연방수사국(FBI)의 정보 유출 수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 전용기(에어포스원)에 대한 보안 우려를 보도한 뉴욕타임스 보도에 격노하자마자 FBI와 법무부가 수사에 나섰다. 특히 캐시 파텔 FBI 국장은 백악관에서 8시간이나 보내며 직접 수사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하명 수사’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측의 악연은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시작된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과 세금, 국정 운영 방식, 건강 문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의 보안 논란을 거치며 약 10년 동안 이어졌다.
갈등의 중심에는 NYT 백악관 출입기자 매기 하버먼이 있다.
하버먼은 2015년 NYT에 합류한 이후 트럼프 대선 캠프와 1기 행정부를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백악관 내부 상황, 측근들의 움직임을 잇달아 보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끊임없이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먼의 보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도 여러 차례 인터뷰에 응했다.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끊임없이 공격하는 기묘한 관계가 이어진 것이다.
갈등이 본격적으로 격화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과 세금 문제가 보도되면서부터다.
NYT는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 형성 과정과 세금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문제 삼아 NYT와 기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고, 법원은 2024년 트럼프 대통령에게 NYT 측 소송 비용 약 39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2022년에는 하버먼이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부동산 사업가 시절부터 백악관 입성 이후까지를 다룬 책 《Confidence Man》을 출간하면서 갈등이 다시 폭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책 내용을 “가짜”라고 주장하며 하버먼을 ‘매곳(Maggot·구더기)’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양측의 충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NYT와 기자들,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를 상대로 무려 150억 달러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최초 소장은 법원에서 형식상의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측은 수정 소장을 다시 제출하며 법적 대응을 이어갔다.
최근 갈등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문제였다.
하버먼은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일본 이슬람공화국’으로 잘못 말했다는 사례를 거론하며 대통령의 신체적·인지적 건강 상태와 백악관의 정보 공개 문제를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자신이 월터 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신체검사를 받고 있으며 인지능력 검사에서도 모두 만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버먼의 이름을 ‘매곳 해거먼’이라고 비틀어 부르며 “10년 동안 자신에 대한 잘못된 보도로 생계를 이어왔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NYT의 전쟁을 결정적으로 격화시킨 사건은 새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보안 논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이후 카타르로부터 받은 보잉 747-8 기종의 새 전용기 대신 기존 에어포스원을 이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옛 추억을 되새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NYT는 다른 이유를 제기했다.
새 전용기가 첨단 미사일 방어 능력 등 대통령 전용기에 필요한 보안·방어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에어포원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보도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FBI와 법무부는 곧바로 정보 유출 수사에 착수했다.
NYT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캐시 파텔 FBI 국장에게 에어포스원 보도와 관련한 정보 유출 수사를 직접 총괄하도록 지시했다.
파텔 국장은 예정됐던 시카고 방문 일정까지 취소하고 백악관에서 약 8시간을 보내며 수사를 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해당 기사를 취재한 NYT 기자 4명에게 연방 대배심 출석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했다.
일부 기자들에게는 연방 요원들이 직접 자택을 찾아가 소환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기자들이 수사의 표적이 아니라 기밀 정보를 유출한 사람들이 표적”이라며 국가안보 침해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한 정상적인 수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NYT와 미국 언론계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NYT 측은 연방 법 집행기관이 기자들의 집까지 찾아가 소환장을 전달하는 것은 언론인을 위축시키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려는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미 전국언론인클럽(NPC) 역시 “통상적인 법 집행 방식이 아니다”라며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언론 자유에 대한 이례적인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NYT의 10년에 걸친 전쟁은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됐다.
2016년 대선을 전후해 트럼프 대통령과 NYT 기자들의 취재 경쟁과 비판 보도로 갈등이 시작됐고, 재산·세금 문제와 관련 서적 출간을 계기로 막말과 소송전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최근 건강 이상설과 에어포스원 보안 문제 보도를 계기로 FBI와 법무부의 정보 유출 수사까지 시작되면서 대통령 권력과 언론 자유의 충돌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트럼프 대통령과 한 언론사의 감정싸움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가안보와 기밀 정보 보호를 위해 언론인의 취재 과정까지 수사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과, 권력 감시를 위한 취재원 보호와 보도의 자유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언론계의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NYT를 “실패한 신문”이라고 공격하고 있지만 NYT는 대통령의 재산과 세금, 국정 운영, 건강 상태, 국가안보 문제에 대한 취재를 계속하고 있다.
10년 동안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과 뉴욕타임스의 전쟁은 이제 막말과 기사, 베스트셀러와 소송을 넘어 FBI와 법무부까지 등장하는 권력과 언론의 전면전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그 끝에는 미국 사회가 앞으로 대통령의 권력과 국가안보, 언론 자유 사이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라는 더 큰 문제가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