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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음을 전할 뿐, 트럼프가 두렵지 않다”…교황 레오 14세, 트럼프 비난에 정면 응수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가 자신을 향해 ‘급진 좌파’라며 맹비난을 퍼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교회의 사명이며, 트럼프 행정부가 두렵지 않다”고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알제리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난 레오 14세 교황은 최근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대한 바티칸의 평화 호소를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교황은 “나의 메시지를 대통령이 시도하려는 정치적 층위와 동일하게 놓는 것은 복음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평화를 만드는 자는 복이 있다는 복음의 메시지는 매우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나는 특정인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유발하는 ‘전능함의 망상’을 비판하는 것”이라며, 평화의 가교를 놓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교황은 “우리는 정치인이 아니며 외교 정책을 대통령과 같은 관점에서 보지 않는다”며 “너무나 많은 무고한 이들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더 나은 길이 있다고 외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일요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교황을 향해 전례 없는 수준의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레오 14세 교황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매우 자유주의적인 인물이며 급진 좌파에 영합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팎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거친 언사를 이어갔다.

  • “나는 교황 레오의 팬이 아니다.”
  • “그는 범죄에 약하고 외교 정책에 있어서는 최악이다.”
  •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교황은 필요 없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신성한 치유 능력을 가진 것처럼 묘사된 이미지를 공유하기도 했다. 해당 사진에는 성서 속 인물 같은 복장을 한 트럼프가 병상에 누운 이에게 손을 얹자 손가락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담겨 논란을 빚었다.

미국 출신 교황과 미국 대통령 사이의 이례적인 ‘정면충돌’에 국제 사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교황의 평화 사절단에 지지 메시지를 보냈으며, 야권 지도자인 엘리 슈라인은 트럼프의 공격을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비판하며 교황과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 의장인 폴 S. 코클리 대주교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실망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코클리 대주교는 “교황은 그의 경쟁 상대가 아니며, 정치인 또한 아니다. 교황은 복음의 진리에 입각하여 말하고 영혼의 돌봄을 위해 봉사하는 그리스도의 대리자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에서 취약한 휴전 상태로 협상을 이어가는 예민한 시기에, 미국의 군사적 우월주의를 ‘전능함의 망상’이라고 지적한 교황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례 없는 성좌와 백악관의 갈등이 향후 중동 정세와 미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이유에스코리아 윤영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