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4일 2020년 대선 투표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조지아주에서 네번째 형사 기소됐다. 로이터 및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늦게 풀턴 카운티 지방 검사 패니 윌리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전 백악관 비서실장인 마크 메도우스와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존 이스트먼 등 총 19명을 이 혐의로 기소했다.
98쪽에 달하는 기소장에는 이들 19명이 저지른 41가지의 범죄가 나열되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두 13개 중범죄 혐의가 적용됐다. 모든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죄목은 공갈(racketeering)이었는데, 보통 조직 범죄 단체 구성원들에게 적용되던 것으로, 최대 20년형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다.
윌리스 검사는 기자회견에서 “조지아의 선거 관련 법적 절차를 준수하기보다, 피고인들은 조지아의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범죄적이고 공갈적인 사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검사에 따르면 트럼프와 다른 피고인들은 현지시간으로 오는 25일 정오까지는 체포당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죄를 인정할 수 있다. 윌리스 검사는 19명의 피고인 모두를 함께 재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소장에는 30명의 다른 공모자들이 언급되어 있지만, 그들은 이름이 기재되거나 기소되지는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2일 조지아주 선거관리 책임자인 브래드 래펜스퍼거에게 전화해 자신의 근소한 패배를 뒤집을 수 있는 표를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고 래펜스퍼거는 이를 거절했다. 그로부터 나흘 후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국 의사당을 습격했다.
기소장은 이밖에도 트럼프 또는 그의 측근들이 2020년 11월3일 이전부터 2022년 9월까지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거짓 증언 및 공무원에 대한 선거 결과 변경 촉구 등 다수의 범죄를 인용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찰이 자신을 기소하려고 한다는 언론 보도를 거론, “저는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선거에 개입해 대선을 훔쳐 간 그들이야말로 기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항의 전화를 했다면서 “누가 풀턴 카운티에 연락해서 제가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 좀 해 달라”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이후 공화당이 우세를 보이던 경합주였던 조지아주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간 발의 차이로 뒤지자 투표 결과를 뒤집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다른 글에서 “저는 실패한 던컨 전 부지사가 풀턴 카운티 대배심에서 증언할 것이라는 보도를 읽는 중”이라며 “그는 (증언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그를 거의 알지 못하지만, 마녀사냥이 시작될 때부터 조지아에서 발생한 선거 사기를 조사하는 사람들에겐 끔찍한 재앙이었다”며 “그는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 세션을 거부했고, 공화당원들에게 인기가 없었다”고 비난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성추문 입막음과 관련해 기소된 데 이어 6월 기밀문건 유출 혐의, 지난 1일엔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와 관련해 기소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차례 기소와 관련해 열린 기소인부 절차에서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다른 글에서 대선 뒤집기 시도와 관련한 혐의에 대한 재판을 맡은 타니아 처트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판사를 향해 “그는 분명히 제가 감옥에 가길 원한다. 매우 편향되고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처트칸 판사는 지난 11일 트럼프 전 대통령측에 증인을 압박하거나 배심원단 후보들에게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처트칸 판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불을 붙이는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재판은 한층 빨리 진행될 것”이라며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검찰은 내년 1월 초에 재판을 시작하자는 입장인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선이 끝난 내년 11월 이후 재판을 시작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권영미 기자, 김현 특파원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