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전·이익’ 등 포괄적 표현 사용… 외교부 “동향 주시”
중국 당국의 내달 1일 개정 ‘반(反)간첩법'(방첩법) 시행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이 법이 현지 교민 및 우리 여행객 등에게 미칠 영향 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 법 시행 전인 만큼 상황을 예단하진 않는다”면서도 “앞으로 구체적인 시행 동향을 주시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반간첩법을 개정하면서 처벌 대상이 되는 ‘간첩 행위’의 범위 등을 대폭 확대했다.
그러나 개정 반간첩법엔 포괄적이거나 모호한 표현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어 중국 측의 자의적 법 적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일례로 중국은 개정 반간첩법에서 ‘국가기밀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국가 안전·이익에 관한 경우엔 이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간첩 조직이나 대리인에 의탁하는 경우’도 이 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개정 법은 ‘간첩 혐의자에 대한 신체·물품·장소 등 검문 가능’ ‘재산정보 조회 가능’ ‘데이터 자료 열람 권한 부여’ 등으로 국가안전기관의 수사 권한도 강화했다.
특히 개정 법은 중국 당국의 조사에 대한 ‘협조’를 의무화하는가 하면, ‘비협조’시엔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개정 반간첩법은 물류·통신·인터넷서비스 업체에도 국가안전기관의 조사의 대한 협조 의무를 부과했고, ‘간첩행위를 했으나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까지도 과태료 등 처분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게다가 간첩행위에 연루된 외국인에 대해선 출입국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기한 내 출국하지 않으면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 반간첩법에 담겼다. ‘추방시 10년 내 입국 금지’ 규정도 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중국에 체류 중이거나 방문할 예정인 외국인의 경우 이 법 시행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를 테면 △중국 내 여행지에서 사진을 촬영할 때 주변에 군사시설·방산 업체 등이 있을 경우 △중국의 국가안보·이익 관한 자료(공개 여부와 무관)를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저장매체에 저장한 경우 △중국 당국에 비판적인 기사를 검색·저장·가공한 경우 등도 이 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단 것이다.
또 △중국 내 시위 현장 주변 방문 또는 시위대 직접 촬영 △중국 내 종교단체 활동, 심지어 △중국 내 시장조사를 위한 기업들의 컨설팅 업체 고용이나 △북한·중국 정세와 관련한 언론사 특파원·학자 등의 현지 학계 인사 면담 및 북중 접경지 취재까지도 경우에 따라 개정 반간첩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우리 외교부는 내달 1일 중국의 개정 반간첩빕이 본격 시행되면 우리 국민이 중국에 입국했을 때 ‘주의 사항’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받아볼 수 있게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국에서 우리나라와 다른, 익숙하지 않은 법·제도를 맞닥뜨렸을 때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며 “해외 여행객들은 방문 국가의 법령·제도를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세가 잦아들고 각국이 방역조치를 대부분 해제하면서 국내에서도 해외 여행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올 들어 해외출국자 수는 약 648만명에 이르고, 특히 5월 말 기준 여권 발급 건수는 261만5445건이다. 이는 작년 여권 발급 건수 283만6269건에 근접한 수치다.
또 출입국자 수는 5월 말 기준으로 일본이 51만여명으로 가장 많고, 베트남은 25만여명, 중국은 6만8000여명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또한 각각 작년 동기 대비 38배, 6배, 30배 늘어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해외여행객이 많이 늘면서 가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며 “해외여행을 계획한 국민은 가족에게 행선지, 연락처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노민호 기자 ntiger@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