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일본대사 초치해 항의…후속조치는 ‘글쎄’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에 일본 외교당국자의 ‘망언’이 변수로 떠올랐다.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최근 국내 언론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정부의 대일(對日) 외교를 ‘성적 표현’까지 폄훼한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소마 공사는 최근 JTBC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 정부는 한일문제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문 대통령 혼자서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을 하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에 대해 소마 공사는 ‘마스터베이션’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발언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고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대사가 전했다.
그러나 소마 공사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오히려 소마 공사의 해당 발언이 특정 개인을 빗댄 게 아니라고 한다면 일본대사관 고위 인사가 주재국인 우리나라 정부와 외교당국자들, 특히 자국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들을 얼마나 ‘하찮게’ 보고 있는지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란 점에서다. 오히려 우리 외교당국의 보다 강도 높은 대응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17일 오전 아이보시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들여 소마 대사 발언에 대해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가시적이고 응당한 조치”를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외교부에 따르면 아이보시 대사도 우리 측 요구를 즉시 본국에 보고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 측이 이번 소마 공사 발언 논란과 관련해 당장 우리 측이 요구한 ‘가시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소마 공사가 취재진 앞에서 해당 발언을 하긴 했지만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었고, 특히 현장에서 곧바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사과·철회했단 입장을 밝히고 있단 이유에서다.
즉, 우리 정부는 소마 공사의 이번 발언 논란을 외교적·국가적 사안으로 보고 서둘러 대사를 초치하는 조치를 취했으나, 일본 측에선 소마 개인의 문제로 보고 사건을 크게 키우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아이보시 대사는 이날 우리 외교부 초치에 앞서 국내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이번 소마 공사 발언 논란에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 소마 본인에게도 “엄중히 주의를 줬다”고 했다. 그러나 외교관으로서의 품위 유지 의무 위반에 따른 대사관 차원의 징계 등 추가적인 조치 가능성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런 일을 겪으면서 문 대통령 방일을 굳이 추진해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대통령 방일에 부정적인 악재가 생겼다”며 “일본 정부에 성의 있는 조치를 적극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 측은 그동안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 및 한일정상회담 개최 문제와 관련해서도 마치 우리 측이 ‘회담에 목을 매고 있다’는 식으로 한일 간 물밑 협의사항을 자국 언론들에 일방적으로 알려 우리 정부의 항의를 받았다.
반면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는 일단은 일본 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지를 기다려보는 게 전략적으로 더 낫다”며 우리 측의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하 교수는 “현재는 일본이 ‘자살골’을 넣은 상황”이라면서 “일본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우리도 그에 상응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관계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측이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와 관련해 ‘합의과정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합의를 원점으로 되돌린 것을 시작으로 문 대통령 임기 내내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특히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와 관련해 일본 전범기업들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자, 일본 정부는 이듬해 7월부터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발동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한일 간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협력 과제는 ‘투트랙’으로 한일관계를 풀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일본 측은 ‘징용·위안부 등 과거사 관련 문제가 한국 측 책임 하에 해소되는 게 먼저’란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최근 발간된 2021년판 방위백서에 ‘독도=일본 땅’이란 억지주장을 또 실어 양국 갈등을 심화시켰다.
노민호 기자 ntiger@news1.kr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