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김동진 회장, 30년 추적 결실
*오얏나무 무늬 황실 용지에 쓰인 한문 원본과 헐버트의 자필 영문 번역본 함께 발견
*”고종의 주권 수호 외교와 ‘푸른 눈의 독립운동가’ 헐버트의 헌신 재조명해야”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직전, 일본의 강압적인 보호조약 시도를 막아달라며 고종 황제가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에게 보냈던 다급한 호소가 담긴 친서 원본이 무려 121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의 김동진 회장은 지난 4월 21일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에서 고종 황제의 1905년 대미 친서 원본과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 박사가 직접 쓴 영문 번역문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친서의 내용은 헐버트의 영문 회고록이나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발행한 <독립신문>의 국한문 번역본으로만 알려져 있었으나, 한문으로 작성된 실제 원본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30년 끈질긴 추적의 결실… 의회도서관 ‘루스벨트함’에서 잠들어 있던 친서
1998년부터 30여 년간 고종 친서의 행방을 쫓아온 김동진 회장은 지난 3월, 기념사업회 인턴(앨리스 김, 다트머스대 3년)을 통해 미 의회도서관 문서국(Manuscript Division)의 ‘루스벨트함(Theodore Roosevelt Papers)’에 해당 친서가 보관되어 있다는 결정적 단서를 입수했다.
이후 도서관 측과 지속적인 연락을 취한 김 회장은 지난 4월 20일 미국으로 긴급 출국, 21일 오전 헐버트 박사의 고손자(Branddon A. Hulbert)와 함께 담당 사서인 미셸 크롤(Michelle A. Krowl) 박사를 만나 실물을 확인하고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 오얏나무 무늬의 정식 외교문서와 헐버트의 ‘노트 필기’ 번역본
이날 확인된 고종의 친서는 대한제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정식 외교문서 형태였다. 가로 42cm, 세로 30cm 크기의 두껍고 노란 용지 2장으로 구성되었으며, 테두리에는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오얏나무 무늬가 둘러져 있었다. 문서 하단에 찍힌 황제의 어새는 1907년 헤이그 특사 파견 당시 사용된 어새와 정확히 일치했다. 작성일은 을사늑약 강제 체결(11월 17일) 한 달 전인 1905년 10월 16일로 명기되어 있었다.
친서의 내용에는 “일본의 보호조약 강박은 동맹국과의 신의를 저버린 배신행위이자 1904년 한일의정서 위반”이라며, 조미수호통상조약에 의거해 “미국이 취해 온 외교 원칙의 바탕 위에서 최대한의 도움을 주기를 청한다”는 절박한 호소가 담겨 있었다.
특히 연구진을 놀라게 한 것은 원본과 함께 발견된 6장 분량의 ‘영문 번역본’이었다. 이 번역본은 정식 타이핑 문서가 아닌 파란 줄이 쳐진 일반 노트 용지에 헐버트 박사가 직접 펜으로 쓴 ‘손글씨’였다.
김 회장은 “일본의 심한 감시 탓에 헐버트가 특사 신임장조차 챙기지 못했고, 친서 원본 역시 뺏길 것을 우려해 주한 미국 공사관 외교행랑(pouch) 편으로 먼저 워싱턴에 보냈던 아픈 역사의 증거”라며, “워싱턴에 도착해 친서를 찾은 헐버트가 머물던 호텔 방에서 급하게 노트를 찢어 번역본을 만들었음이 틀림없다”고 설명했다.
■ “일제 감시 뚫고 간 밀사… 자주 외교와 지조의 길 재조명 시급”
헐버트 박사는 1905년 10월 21일 일제 첩자의 미행을 뚫고 서울을 떠나 11월 중순 워싱턴에 도착했다. 그러나 일본의 치밀한 사전 방해 공작으로 인해 루스벨트 대통령과 국무장관은 그의 면담을 거절했다. 헐버트는 백악관과 국무부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며칠을 버티는 수모를 겪은 끝에, 결국 일제가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한 직후인 11월 25일에야 국무장관에게 이 친서를 전달할 수 있었다.
김동진 회장은 “고종이 헐버트를 비밀 특사로 보내면서까지 미국에 조약 저지를 청한 것은 주권 수호 외교의 중요한 축으로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생명의 위협과 강대국의 냉대 속에서도 고종과의 신의를 지키며 대한제국의 충실한 신하로서 모든 것을 바친 헐버트 박사의 숭고한 한국 사랑 역시 우리 근대사와 독립운동사에 올바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측은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의뢰해 친서 원본 사본의 해설을 마쳤으며, 이번 발굴을 계기로 헐버트 박사의 독립운동 공적을 더욱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문의: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사무실 02-3142-1949 / 이메일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