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 선언으로 일본 정가에 파문이 일고 있다고 지지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여당에서는 “왜 하필이면 이 타이밍인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정권 교체를 향한 의지를 다지는 모양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재선거(총선)에서 자민당이 변하는 것을 국민들 앞에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자민당이 바뀐 것을 보여주는 가장 알기 쉬운 첫걸음은 내가 물러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집권 자민당에서는 일본 최대 명절인 오봉절(8월 15일) 연휴 기간에 이 같은 발언이 나온 점이 당혹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시다 총리가 이끌던 기시다파에 소속됐던 의원들 사이에서도 “불출마 사유를 모르겠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직을 맡는다. 현재 제1당인 자민당은 내달 선거로 차기 총재를 선출하며, 기시다 총리는 이후 정식으로 총리직을 내려놓게 된다.
한일관계 개선의 핵심 동력이던 ‘윤석열-기시다 케미’도 동력을 잃게 되며 한일관계가 다시 냉각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한일관계 개선에 힘을 실어 왔다. 여러 가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지난해 3월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하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해 한일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탔다.
해법 발표 이후, 윤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론 12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다지며 ‘화합주'(한국 소주와 일본 맥주) 를 마시기도 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하며 ‘물컵의 절반이 찼다’며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물컵의 나머지 반이 채워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를 위한 일본의 호응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물러나게 됐다.
한일 양국은 ‘셔틀외교’ 복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해제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냈지만 역사 문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의 작년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과거 한국을 식민 지배한 데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가 명문화돼 있는 1998년 10월 한일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라고 말했지만 직접적인 사죄 표명은 없었다.
이어진 5월 답방에서도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라며 일보 진전된 발언을 했지만 이는 국내 다수 여론이 요구해 온 ‘일본 측의 분명한 사과 입장 표명’과는 거리가 있었다.
아울러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재단의 재원 마련 과정에서도 일본 기업의 참여는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시다 총리가 물러나게 되면서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 태도 변화는 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강민경, 노민호 기자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