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만에 우승이라는 꿈이 좌절된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은 한국 축구사에 지워지지 않을 ‘최악의 참사’로 남았다. 경기력도 실망스러웠고 그 전날 벌어진 사건은 충격적이기도 하다.
결승으로 가는 요르단과의 4강전을 하루 앞두고 주장 손흥민(32)과 에이스 이강인(23)이 ‘드잡이’까지 벌였다.
뉴스1의 취재에 따르면 주장 손흥민은 요르단전을 앞둔 현지시간 5일, 일부 젊은 선수가 탁구를 치기 위해 저녁 식사를 빨리 마치고 자리를 뜬 것에 불만을 나타냈다. 팀 결속이 중요한 시점에서 개별 행동을 하는 것이 캡틴 입장에서 좋지 않게 보였다.
하지만 ‘팀을 위한’ 주장의 쓴소리에 대표팀은 심각한 균열이 났다. 손흥민과 마찰을 빚은 선수 중에는 핵심 선수인 이강인도 있었다.
이강인이 짜증스러운 말을 뱉고, 화가 난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자 이강인은 ‘9살 많은’ 주장 손흥민을 향해 주먹질까지 했다. 다행히 손흥민이 주먹을 피하기는 했으나 분위기는 이미 최악이었다.
주변에 있던 동료들까지 달려들어 둘의 싸움을 만류했다. 이 상황에서 손흥민이 동료들의 제지를 뿌리치다 손가락 탈골 부상을 입었다.
기강과 신뢰가 무너진 팀은 최악의 일로를 걸었다. 이 사건 이후 몇몇 고참급 선수들이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이강인을 요르단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이들의 요청을 묵살했고, 최악의 팀 분위기를 수습하지 못한 채로 이강인을 요르단전에 선발 출전시켰다.
팀보다 ‘에이스’가 더 중요했던 사령탑의 결정은 자충수가 됐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선수들은 전혀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며 따로 뛰었다.
‘모래알 조직력’이 드러난 클린스만호가 사상 첫 결승 진출을 목표로 똘똘 뭉친 요르단보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은 헛된 꿈이었다. 무려 9살 차이가 나는 주장에게 막내가 거침없이 주먹을 날리는 팀 분위기였으니 제대로 된 경기력이 나올 수가 없었다.
당시에 벌어진 충격적인 내부분열이 외신을 비롯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현재 이강인의 SNS에는 실망한 팬들의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팬들은 “뉴스가 사실인가요? 캡틴에게 감히? 이강인 다시 봤다”, “손흥민 손가락 골절기사 사실이 아니죠?”, “탁구선수로 전향하시나요?”, “선배들이 있기에 후배들이 유럽에서 더 좋은 환경에서 뛰는 겁니다. 주장이 만만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강인아! 흥민이 형에게 개길 짬은 아니잖아?”, “군면제 받았으니까 대표팀 안해도 돼?”라며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강인은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 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스러울 뿐”이라면서 “축구팬들께서 제게 보내주는 관심과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앞으로는 형들을 도와서 더 좋은 선수,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한편 PSG의 주축 미드필더인 이강인은 15일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리는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에서 제외됐다. 이강인의 명단 제외는 바이러스 감염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시민단체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발까지 당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제기한 고발장에는 “클린스만 감독을 해임할 때의 위약금을 비롯해 해임하지 않을 때 2년 반 동안 지불해야 하는 연봉, 계약 후 지금까지 지급한 연봉이 모두 공금임에도 피고발인(정몽규 회장)의 일방적 연봉 결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클린스만의 연봉은 29억원으로 추정되며, 경질시 발생하는 위약금은 7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