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동안 체중이 제법 늘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2026 FIFA 월드컵을 보느라 TV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를 꼽으라면 단연 4강전인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맞대결이다. 경기를 지켜보며 문득 1982년 74일간 이어졌던 포클랜드 전쟁이 떠올랐다. 그라운드 위에서 총과 포탄 대신 축구공으로 펼쳐진 또 하나의 역사처럼 느껴졌다.
포클랜드 전쟁은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었다. 당시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은 심각한 경제난과 인권 문제로 국민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었다. 정권은 국민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고 애국심을 결집하기 위해 포클랜드를 침공하는 선택을 했다.
그러나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는 남대서양 1만 2천km 이상 떨어진 작은 섬을 지키기 위해 신속하게 군대를 파병했고, 결국 전쟁은 아르헨티나의 패배로 끝났다. 역설적으로 이 패배는 군사독재의 종식과 민주화의 출발점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3월, 나는 두 명의 지인과 함께 아르헨티나 최남단 도시 우수아이아(Ushuaia)를 방문했다. 그곳에는 포클랜드 전쟁에서 전사한 장병들을 기리는 추모시설과 당시의 사진, 유품, 각종 기록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쟁이 남긴 희생과 상처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 4강전은 내게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었다. 선수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 서로를 믿고 뛰는 팀워크, 감독의 치밀한 전략, 그리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국민들의 뜨거운 응원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며, 승리는 결국 개인의 능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축구는 11명이 뛰는 스포츠다. 그러나 승리를 만드는 것은 11명의 개인기가 아니라 11명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가 많아도 조직이 분열되면 승리하기 어렵다. 반대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모두가 움직일 때 예상 이상의 힘이 발휘된다.
이 원리는 스포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도 그렇고, 단체도 그렇고, 국가도 마찬가지다. 구성원들이 서로를 불신하고 갈등과 분열을 반복하면 조직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반대로 서로를 존중하고 힘을 모으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저력이 생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치러진 제31대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선거 역시 한 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선거는 승패를 가르는 과정이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는 다시 하나의 조직으로 돌아오는 것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선거 과정에서는 경쟁이 있을 수 있지만, 결과가 나온 뒤에도 갈등과 대립이 계속된다면 결국 조직 전체가 힘을 잃게 된다.
이번 선거 이후 “하나 된 미주총연을 만들겠다”는 약속이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아쉬운 모습도 보인다. 주요 임원진에서 경쟁했던 상대 진영 인사들의 참여를 찾아보기 어렵고, 조직의 통합을 상징할 수 있는 역할들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총회장 유고 시 총회장을 대행해야 하는 총괄수석부회장 자리마저 공석인 상황은 조직 운영 측면에서도 아쉬움을 남긴다.
강한 조직은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조직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의견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할 때 더 큰 시너지와 경쟁력이 만들어진다. 상대를 이겼다고 해서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조직 발전을 위한 동반자로 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리더십이 완성된다.
이번 월드컵 4강전이 감동을 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수들은 개인의 명예보다 팀을 먼저 생각했고, 국민들은 하나 되어 선수들을 응원했다. 그 단결된 힘이 결국 승부를 결정짓는 원동력이 되었다.
미주총연도 다르지 않다. 선거는 끝났고, 이제는 화합을 시작할 시간이다. 선거 과정에서 경쟁했던 사람들까지 함께 품을 수 있을 때 조직은 더욱 커지고, 동포사회 역시 더 큰 신뢰를 보낼 것이다.
우리 사회 역시 갈등과 분열보다 화합과 단결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기업을 살리고, 단체를 성장시키며, 국가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화합과 단결의 힘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시 한번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4강전을 떠올린다. 그 경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화려한 골 장면이 아니라, 하나 된 조직이 보여준 위대한 힘이었다.
미주총연 역시 그라운드 위의 승리처럼, 서로 다른 생각을 하나의 목표로 모아 동포사회를 위한 더 큰 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