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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바퀴벌레당'처럼 워싱턴에도 '강아지한인회'가 창립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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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인회장’이라는 명함이 그렇게 좋은가? “통합 아니면 간판을 내려야”

재외동포청 김경협 청장은 최근 여의도 포럼에서 “동포사회를 대표하는 기관은 한인회”라고 말했다.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워싱턴 동포사회의 현실을 본다면 이 말은 현실과 가장 동떨어진 선언처럼 들린다.

지금 워싱턴총영사관 관할 지역에는 한인회가 20여 개에 이른다. 북버지니아 애난데일 일대에만 7개의 한인회가 존재한다. 누구는 자신이 정통이라고 하고, 누구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 일반 동포들은 어느 한인회가 진짜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대표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대표가 없다는 뜻이다.

인도에서는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청년들이 ‘바퀴벌레당’이라는 신생 정당을 만들었다. 워싱턴 동포사회에서는 “이러다 강아지한인회도 하나 생기겠다”는 자조가 나온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현실은 그 농담보다 더 씁쓸하다.

한인회가 많아서 동포사회가 풍성해진 것이 아니다. 리더십이 무너졌고, 대표성이 사라졌다는 증거일 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상당수 한인회가 단체로서의 최소한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설 사무실도 없다. 미국 비영리법인 등록도 없다. 코퍼레이션도 없다. 정관도 형식적이다. 이사회는 이름뿐이고 회원명부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

그런 조직이 자신을 ‘워싱턴 한인사회를 대표한다’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며, 동포사회를 기만하는 일이다.

평소에는 아무 활동도 없다.

동포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조용하다.

차세대 육성도 없다.

권익 보호도 없다.

정책 제안도 없다.

그러다가 총영사관 행사나 재외동포청 행사가 열리면 어느새 회장 명함을 들고 나타난다.

동포사회에서는 이런 모습을 두고 “행사 전문 한인회”, “사진 찍는 한인회”, “명함용 한인회”라고 냉소한다.

봉사는 사라지고 직함만 남았다.

희생은 없고 명예만 남았다.

공동체는 없고 회장 자리만 남았다.

이런 조직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한인연합회의 현실은 더욱 씁쓸하다.

한때는 워싱턴 동포사회를 대표하는 상징이었다. 정치권과 미국 주류사회가 먼저 찾던 단체였고, 수만 명이 참여하는 코러스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이끌던 구심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차기 회장을 맡겠다는 사람조차 찾지 못한다.

후보가 없어 현 회장이 장기간 자리를 지키는 현실은 영광의 역사가 아니라 리더십의 붕괴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코러스페스티벌마저 슬그머니 사라졌다는 점이다.

행사 하나가 없어졌다는 문제가 아니다.

워싱턴 한인사회의 상징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리더십도 함께 사라졌다는 의미다.

동포들의 평가는 이미 끝났다.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싸우지만 말아 달라.”

이보다 더 뼈아픈 평가가 있을까.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야 할 조직이 오히려 갈등의 중심이 되고 있다면 존재 이유는 이미 사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한인회는 여전히 대표성을 주장한다.

무엇을 대표하는가.

회원도 제대로 없고, 활동도 없고, 사업도 없고, 재정도 투명하지 않고, 젊은 세대도 참여하지 않는 조직이 누구를 대표한다는 것인가.

대표성은 스스로 선언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동포들이 인정해야 대표가 되는 것이다.

이제 재외동포청과 재외공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간판만 걸었다고 한인회로 인정하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

비영리법인 등록, 코퍼레이션 설립, 상설 사무실, 정관, 이사회, 회원제 운영, 재정보고 등 최소한의 기준을 갖춘 단체만 공식 대표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인회는 계속 늘어나고 대표성은 계속 무너질 것이다.

무엇보다 워싱턴 지역 한인회는 통합해야 한다.

같은 지역에 비슷한 이름의 한인회가 여러 개 존재하는 것은 공동체의 힘이 아니라 공동체의 수치다.

미국 정치권도, 한국 정부도, 주류사회도 어느 단체가 진짜 대표인지 헷갈리는 현실에서 동포사회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리 없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말하고 싶다.

임기가 끝났는데도 후임자가 없어 계속 자리를 지키는 회장이라면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

회장이 없으면 한인회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봉사할 사람이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조직을 살리기 위해서는 때로는 조직을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끝까지 회장 명함만 붙들고 있는 것이 공동체를 위한 봉사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조직을 만들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는 것이 마지막 책임일 수 있다.

한인회는 회장 개인의 명예를 위한 무대가 아니다.

동포사회의 권익을 위해 존재하는 공적 조직이다.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과감히 간판을 내리는 것이 동포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워싱턴 한인사회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통합과 쇄신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명함만 남은 한인회가 끝없는 분열 속에서 스스로 존재 이유를 잃어갈 것인가.

동포사회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봉사 없는 한인회, 대표성 없는 한인회, 책임 없는 한인회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날 때다.
강남중 기자(전 버지니아한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