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성 대신 함성…잉글랜드-아르헨티나
= 44년 앙숙의 운명 건 월드컵 4강
= 애틀랜타 경찰 ‘초 비상체제’
월드컵 결승 티켓을 놓고 맞붙는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4강전이 다가오면서 개최지 미국 애틀랜타가 긴장감에 휩싸였다. 애틀랜타 경찰은 경기장 주변은 물론 번화가와 주요 관광지까지 추가 병력을 배치하며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라 역사와 감정이 얽힌 ‘총성 없는 전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두 나라는 1982년 포클랜드(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전쟁을 치른 이후 지금까지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영국이 승리했지만 아르헨티나는 헌법에 해당 지역 영유권을 명시한 채 반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영국 역시 주민들의 자결권을 앞세워 영국령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축구는 이 갈등에 또 하나의 상징을 더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가 손으로 넣은 이른바 ‘신의 손’ 골은 지금도 양국 팬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다. 당시 잉글랜드는 반칙으로 승리를 빼앗겼다고 주장했고, 마라도나는 훗날 자서전에서 핸드볼 사실을 인정했다. 여기에 마라도나의 후계자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가 이번 대표팀의 중심에 서면서 라이벌 의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양국 팬들의 뜨거운 응원 문화도 변수다. 잉글랜드는 국제대회마다 훌리건 난동이 반복돼 왔고, 최근 8강 승리 직후에도 영국 전역에서 500건이 넘는 소란과 100여 명의 체포자가 발생했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아르헨티나 역시 대규모 거리 응원이 이어지는 나라여서 경기 결과에 따라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양국에서는 과열 분위기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르헨티나 포클랜드 참전용사 단체는 “전쟁과 스포츠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잉글랜드 대표팀의 조던 픽포드 역시 “그저 축구 경기일 뿐”이라며 지나친 정치적 의미 부여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44년의 역사와 자존심이 얽힌 두 나라의 맞대결. 승부는 그라운드에서 끝나겠지만,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은 이미 그 이상의 이야기에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