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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와 로마황제 vs UFC와 트럼프…’현대 검투장 통해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 극대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4일 자신의 80세 생일이자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백악관 사우스론(South Lawn)에서 UFC ‘프리덤 250(Freedom 250)’ 대회를 개최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백악관 경내에서 열린 프로 스포츠 경기였다.

UFC CEO인 다나 화이트와 트럼프 대통령은 오벌 오피스에서 함께 등장해 경기장으로 입장했고, 행사장에는 수천 명의 군인과 초청 인사들이 모였다. 블루엔젤스 비행과 애국주의 공연, 대형 조명 쇼까지 더해지며 사실상 정치 집회와 스포츠 이벤트가 결합된 초대형 쇼로 연출됐다.

이날 오후부터 워싱턴 DC 도심 주요 도로가 통제돼고 삼엄한 경비가 펼쳐져 기자가 섬기는 교회의 ‘노숙자 사역’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다. 사역지인 공원 앞은 행사장에 입장하려는 UFC 팬들과 트럼프 지지자들로 긴 줄이 들어섰고 삼엄한 경비로 노숙자들이 모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80번째 생일에 맞춰진 이날 행사를 두고 코리 부커 민주당 상원의원은 “국민이 식료품,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동안 대통령은 국민의 잔디밭에서 ‘개츠비 놀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중동 상황, 고물가, 관세·반(反)이민 정책 등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고대 로마의 황제들은 시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원형경기장에서 검투사 경기를 열었다. “빵과 서커스(Panem et Circenses)”라는 말은 바로 이 시대를 상징한다. 그리고 2천 년이 지난 오늘, 미국에서는 백악관 잔디밭 위에 UFC 철창이 세워졌다. 비판자들은 “현대판 검투 경기”가 대통령 관저에서 재현됐다고 지적한다.

이번 행사는 갑자기 추진된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부터 백악관 UFC 개최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혀왔으며, UFC 측과 행정부는 수개월 동안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행사장에는 거대한 철골 구조물인 ‘더 클로(The Claw)’가 설치됐고, 백악관 주변에는 대형 전광판과 관람 시설이 마련됐다.

야권과 시민단체의 비판은 더욱 날카로웠다. 반전단체와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은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민주주의의 상징이 검투 경기장으로 변했다”고 비난했다. 일부 시위대는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을 철창 안에 가둔 모형을 설치하며 “미국 정치가 오락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UFC 모회사인 TKO Group Holdings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해충돌 가능성도 제기했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도 비판 여론이 우세했다. 로이터와 입소스 조사에 따르면 백악관에서 UFC 경기를 개최한 것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반대 의견은 백악관이 국가 행정의 중심이자 민주주의의 상징 공간이라는 점에서 “폭력 스포츠와 정치 권력이 결합하는 모습이 부적절하다”는 데 집중됐다.

트럼프 지지층은 이에 대해 “미국 문화와 스포츠를 결합한 혁신적 행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비판자들은 이를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정치적 상징 조작으로 바라본다.

로마 황제들이 검투 경기로 군중의 환호를 얻으려 했듯, 트럼프 역시 UFC라는 현대의 검투장을 통해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를 극대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과 현대 미국의 백악관은 전혀 다른 공간이다. 그러나 권력이 대중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화려한 볼거리를 동원한다는 점에서, 이번 백악관 UFC 대회는 “검투사와 로마 황제”의 오래된 정치 공식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