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중심부에 위치한 National Mall 잔디밭에 거대한 숫자 ‘8647’이 새겨진 흔적이 발견돼 연방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미국 국립공원경찰(US Park Police)은 11일 오전 11시 30분경 Washington Monument 서쪽 잔디밭에서 기물 파손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잔디 위에는 ‘8647’이라는 숫자가 넓은 면적에 걸쳐 표시돼 있었으며, 변색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당국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잔디 샘플을 채취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기념탑 꼭대기에 설치된 실시간 웹캠 영상과 언론이 공개한 항공 사진에는 숫자 ‘8’이 가장 선명하게 보이고, ‘6’과 ‘7’도 확인되지만 ‘4’는 상대적으로 희미하게 나타난 모습이 포착됐다.
미 내무부는 이번 사건을 “묵과할 수 없는 기물 파손 행위(deranged vandalism)”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내무부 대변인은 “대통령에 대한 어떠한 위협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립공원경찰이 철저히 수사해 책임자를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등장한 ‘8647’이라는 숫자는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표현이다. 미국 외식업계에서 ‘86’은 특정 메뉴를 제외하거나 없앤다는 뜻의 은어로 사용되며, ‘47’은 미국 제47대 대통령인 Donald Trump을 가리킨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8647’을 ‘47대 대통령을 제거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으며, 트럼프 지지층과 법무부는 이를 잠재적인 폭력 선동 또는 위협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단순한 정치적 항의 표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 숫자는 최근 형사 사건으로도 이어졌다. 법무부는 전 FBI 국장인 James Comey이 소셜미디어에 조개껍데기로 ‘8647’을 배열한 사진을 게시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 위협 혐의를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달 초 워싱턴의 한 연방판사는 다른 사건에서 ‘8647’이라는 숫자 자체만으로는 위협으로 볼 수 없으며, 해당 문구가 적힌 시위 깃발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백악관도 이번 사건을 강하게 비난했다. 데이비스 잉글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정치적 폭력이나 암살 문화를 조장하거나 지지하는 행위는 누구든 강력히 규탄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훼손 사건은 수만 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 행사들을 불과 며칠 앞두고 발생했다. 당국은 일요일 백악관 인근에서 열릴 예정인 UFC 행사와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 대규모 축제를 앞두고 보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8647’ 표식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누가 이를 남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연방 당국의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하이유에스코리아 윤영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