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벽에 직면했다. 최근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국세조사에 따르면 일본 인구는 5년 만에 309만명이 감소하며 1억2300만명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192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일본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들까지 이를 두고 “전쟁 없는 인구 재앙”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태평양전쟁 당시 약 300만명이 사망했던 시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오히려 더 심각하다고 분석한다. 전쟁은 끝나면 회복이 가능하지만 저출산과 고령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스스로 악화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0년 1억2800만명을 정점으로 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이후 감소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현재 일본 전체 인구의 29.4%가 65세 이상 고령층이며 14세 이하 아동은 11.2%에 불과하다. 아이를 낳을 젊은 세대는 줄어드는데 고령층은 계속 늘어나면서 인구 구조 자체가 역삼각형으로 변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위험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약 1.2명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최근 수년간 세계 최저 수준인 0.7~0.8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이 수십 년에 걸쳐 경험한 저출산을 한국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겪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일본은 인구 감소가 시작되기 전까지 비교적 안정적인 출산율과 인구 구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일본만큼 고령화가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출산율은 이미 일본보다 훨씬 낮다. 전문가들이 한국을 두고 “일본보다 더 빠른 인구 절벽”이라고 경고하는 이유다.
한국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 인구는 이미 정점을 지났으며 앞으로 감소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약 5100만명 수준인 인구는 2070년대에는 3600만명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반세기 만에 현재 인구의 30% 이상이 사라지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경제다.
일본은 인구가 줄어도 세계 4위 경제대국이며 제조업과 기술력, 막대한 해외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고 내수 시장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다. 인구 감소가 시작되면 노동력 부족, 소비 감소, 부동산 수요 감소, 연금 재정 악화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 현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학생 수 감소로 학교가 통폐합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젊은 층은 수도권으로 몰리고 지방은 고령층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최근 인구 감소를 막기보다 “질서 있는 감소”로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인구를 다시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감소 속도를 늦추면서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도 같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산 장려금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거비 부담, 교육비 부담, 청년 일자리, 육아 환경 개선 등 구조적인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 한 출산율 반등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의 300만명 감소는 단순한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 감소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경고장이다. 그리고 그 경고장의 다음 수신인이 한국이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