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Featured워싱턴

“권력자는 보호받고, 피해자는 노출됐다”… 웨스트 팜비치서 울려 퍼진 엡스타인 생존자들의 절규

엡스타인 저택 인근서 ‘섀도우 청문회’ 개최… 민주당 의원들, 조직적 은폐 정조준 – 생존자 로사, 법무부의 실명 노출에 오열… “진실 공개가 유일한 정의”

제프리 엡스타인의 끔찍한 성범죄가 시작된 ‘범죄의 현장’,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에서 진실 규명과 정의 실현을 위한 생존자들의 눈물 섞인 증언이 터져 나왔다.

5월 12일 웨스트 팜비치 시청에서는 미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한 현장 청문회가 열렸다. 엡스타인의 저택에서 불과 3마일 떨어진 곳에서 개최된 이번 청문회는 가해자들에 대한 공적 책임을 묻고, 여전히 베일에 싸인 미공개 파일의 투명한 공개를 촉구하는 자리가 되었다.

이번 청문회의 가장 뼈아픈 대목은 생존자들의 신변 보호 실패였다. 과거 모델로 활동했던 생존자 로사(Roza)는 법무부(DOJ)의 부실한 문서 편집으로 인해 자신의 실명이 세상에 드러난 사실을 폭로하며 오열했다.

로사는 “나는 그동안 ‘제인 도(Jane Doe, 가명)’로서 정체를 보호받아왔지만, 어느 날 내 이름이 500번 이상 언급된 문서를 마주했다”며, “권력자들은 여전히 철저히 보호받는 동안, 피해자인 나의 이름은 전 세계에 노출되었다”고 증언해 장내를 숙연케 했다.

청문회에 참석한 버지니아와 플로리다의 주요 정치인들은 권력층의 조직적인 은폐 의혹을 강하게 비판했다.

제임스 워킨쇼(James Walkinshaw, 버지니아 11선거구) 의원은 과거 엡스타인에게 ‘솜방망이 처벌(Sweetheart deal)’을 제공했던 알렉스 어코스타 전 장관과 팜 본디 전 플로리다 법무장관을 정조준했다. 워킨쇼 의원은 “팜 본디는 밀실 뒤에 숨으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생존자들이 오늘 보여준 용기의 1온스라도 보여주며 대중 앞에 당당히 공개 증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수하스 수브라마냠(Suhas Subramanyam, 버지니아 10선거구) 의원은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안’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수백만 개의 미공개 파일이 여전히 진실을 가로막고 있다”며, “생존자들이 자신의 진술서조차 열람하지 못하는 현실은 개탄스럽다. 정부는 모든 파일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문회장 밖에서는 피해자 지지자들이 “정의 없이 평화 없다”, “진실을 인질로 잡지 마라”는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이어갔다. 청문회를 주도한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엡스타인의 글로벌 인신매매 네트워크 형성 과정을 다룬 중간 보고서 『불기소의 대가(The Price of Non-Prosecution)』를 발표하며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했다.

이번 청문회는 공화당 측의 비협조로 인해 비공식 형태인 ‘섀도우(Shadow) 청문회’로 진행되었으나, 그 울림은 어느 공식 행사보다 컸다. 참석 의원들은 엡스타인 관련 기밀 정보의 완전한 공개와 관련자 처벌을 위한 입법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단순한 과거의 회상을 넘어, 권력층의 은폐 시스템을 정조준한 이번 청문회는 정의를 향한 생존자들과 정치권의 강력한 연대를 보여준 자리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유에스코리아 윤영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