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문 가해자에 훈장, 이제야 전수조사 나선 경찰
* 이근안 표창 46년째 유지
* “탁 치니 억” 박처원은 최소 13개
경찰청은 이달 초부터 1945년 창설 이후 경찰관에게 수여된 정부 포상과 대통령·국무총리 표창 7만여 건의 공적 사유를 전면 점검하고 있다.
조사 대상은 국가 공권력을 불합리하게 행사한 사례들이다. 그동안 12·12 군사반란이나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협력자 조사는 있었지만, 고문·조작 수사를 포함한 공권력 남용 전반을 겨냥한 전수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독재정권 시절 고문과 간첩 조작을 자행한 수사 관계자들에게 국가가 훈장과 표창을 안기고, 그 영예를 수십 년간 그대로 방치해온 사실이 다시 드러났다. 경찰이 창설 이후 처음으로 공권력 남용 가담자들의 포상 전수조사에 착수한 것은 늦었지만 반드시 가야 할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사법을 가장한 국가폭력의 가해자들이 여전히 ‘공로자’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문제는 이 조사가 왜 이제야 시작되느냐는 데 있다.
이미 수많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법원 판결, 진실화해 과정에서 국가폭력의 실체는 오래전 확인됐다. 그런데도 고문 기술자 이근안이 받은 상훈 상당수는 46년 가까이 유지됐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핵심 책임자로 지목된 박처원 전 치안감 역시 공개된 포상만 13개, 비공개 기관장급 표창까지 합치면 40여 개의 포상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주의를 짓밟은 인물들이 국가유공자급 예우와 각종 혜택까지 누려온 셈이다.
더욱 분노를 키우는 것은 국가의 무감각이다.
이근안은 생전 16개의 상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적으로 박탈이 확인된 것은 전두환 정권 시절 받은 옥조근정훈장 하나뿐이다.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고문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조차 훈·포장을 유지해왔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희대의 궤변으로 국민 분노를 샀던 박처원 역시 오랫동안 국가 포상의 그늘 아래 남아 있었다. 피해자는 평생 고통 속에 살았는데, 가해자는 국가가 준 훈장으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법살인 같은 최악의 국가폭력 범죄자에게 준 훈·포장 박탈은 만시지탄이나 당연한 조치”라고 밝힌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다. 훈장 취소는 정치 보복이 아니라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는 최소한의 정의 회복이다. 국가폭력을 ‘공적’으로 포장한 서훈 체계를 그대로 두는 것은 민주공화국이 스스로 범죄의 공범임을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제 경찰만으로 끝나서도 안 된다. 검찰, 법원, 정보기관, 군까지 조사 범위를 넓혀야 한다. 고문과 조작, 허위 자백, 사법살인에 가담한 자들이 어느 기관에 몸담았든 국가 이름으로 받은 훈장과 표창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