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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명 몰리는 벚꽃길”…윤중로는 어떻게 ‘국민 봄명소’가 됐나

서울 여의도 국회 뒤편을 따라 이어지는 벚꽃길, 이른바 ‘윤중로(여의서로)’가 매년 봄 수백만 인파를 끌어들이는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꽃길을 넘어 도시 문화와 역사, 정치적 논쟁까지 얽힌 상징적 공간으로 발전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윤중로 벚꽃길의 시작은 2000년대 축제가 아니라 1980년대 도시 조성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경궁 복원 과정에서 옮겨진 벚나무들이 여의도 일대에 대거 식재되며 현재 벚꽃길의 기반이 형성됐다. 당시에는 단순한 가로수에 불과했지만, 해마다 봄이 되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며 명소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전환점은 2005년이다. 영등포구청이 자발적으로 늘어난 인파를 관리하기 위해 ‘여의도 봄꽃축제’를 공식화하면서 지금의 형태가 갖춰졌다. 차량 통제와 함께 공연, 체험 부스, 포토존 등이 운영되며 하나의 대형 도심 축제로 발전했고, 현재는 매년 300만명 이상이 찾는 서울 대표 봄 행사로 자리 잡았다.

특히 국회 뒤편 약 1.7km 구간에 걸쳐 형성된 벚꽃 터널은 도심에서는 보기 드문 밀집도를 자랑하며 핵심 볼거리로 꼽힌다. 차로가 통제되고 보행자에게 개방되는 구조 역시 윤중로만의 특징으로, 도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축제 공간으로 바뀐다.

국회 역시 벚꽃 시즌에 맞춰 시민 개방을 확대해왔다. 2015년 ‘열린국회마당’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벚꽃 시즌과 연계한 개방 행사가 진행되며 시민 참여형 공간으로 확장됐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과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일부 기간에는 출입이 제한되기도 했다.

윤중로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았다. ‘윤중’이라는 명칭이 일본어 ‘와주테이(輪中堤)’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에 따라 1984년 공식 도로명은 여의동로와 여의서로로 변경됐다. 그러나 여전히 시민들 사이에서는 ‘윤중로’라는 이름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벚꽃 자체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벚꽃이 일본 문화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축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2007년부터 축제 명칭이 ‘벚꽃축제’에서 ‘봄꽃축제’로 변경됐다.

최근에는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일본이 아닌 한국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제주도 자생종 가능성과 함께 조선시대 벚나무 활용 기록이 재조명되면서, 벚꽃을 단순한 외래 문화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윤중로가 국민적 봄 명소로 자리 잡은 배경으로 접근성과 밀집도, 그리고 축제 운영을 꼽는다. 서울 도심이라는 위치, 1.7km에 달하는 벚꽃 터널, 그리고 2005년 이후 체계적으로 구축된 축제 시스템이 결합되며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다.

윤중로 벚꽃길은 단순한 자연 경관이 아니라 도시 개발과 역사, 정치적 논쟁, 그리고 문화 축제가 복합적으로 축적된 결과물이다. 매년 봄 이 길이 다시 사람들로 가득 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