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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반대, 한국은 유치 경쟁… 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두 나라의 온도차

전기료 상승·물 부족 우려에 주민 반발 확산
한국은 AI 산업 육성 위해 데이터센터 유치전 치열

인공지능(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를 바라보는 미국과 한국의 시선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데이터센터와 AI 산업단지를 유치하려고 경쟁하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주민 반대와 정치적 갈등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무산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향후 한국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AI 서비스가 발전할수록 이를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의 규모도 커진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는 기존 인터넷 서비스보다 훨씬 많은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수천에서 수만 대의 서버가 24시간 가동되며 엄청난 양의 전기와 물을 소비한다. 특히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시스템은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이다. 문제는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이러한 시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10명 가운데 7명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전기요금과 물 사용 문제다. 데이터센터는 도시 하나가 사용할 정도의 전력을 소비하는 경우도 있으며 냉각을 위해 대량의 물을 사용한다. 주민들은 AI 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얻는 동안 그 비용은 일반 가정이 부담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버지니아주의 라우든 카운티(Loudoun County)다. 이 지역은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으로 불린다.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집중돼 있으며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 상당 부분이 이 지역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세수 증가 효과 때문에 환영받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주민들은 전력망 확충 비용 증가와 전기요금 상승 압박, 냉각수 사용 증가에 따른 수자원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또한 대형 냉각장비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경관 훼손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라우든 카운티 주민들 사이에서는 “세금 혜택은 좋지만 더 이상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승인한 지방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낙선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반면 한국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AI 산업 육성을 미래 성장전략으로 보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유치를 통해 세수 확보와 일자리 창출, 기업 투자 유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지방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대규모 AI 산업단지 조성 계획까지 발표하며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도 미국과 같은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전력 수요는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도 수도권은 전국 최대 전력 소비 지역이며 여기에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추가되면 발전설비 확충과 송전망 투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또한 물 사용량 증가와 지역 주민들의 환경 우려도 새로운 사회적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사례는 기술 발전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AI 산업은 미래 국가 경쟁력을 결정할 핵심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전력 공급 문제, 수자원 확보, 주민 생활환경 보호, 지역사회와의 상생이 함께 고려되지 않으면 AI 산업 확대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데이터센터 논란은 한국이 앞으로 마주할 수 있는 미래의 경고장일지도 모른다. AI 시대의 경쟁력 확보와 주민 삶의 질 보호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인지가 앞으로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