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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도 나눈다…미국과 다른 한국의 ‘황혼이혼 연금 전쟁’

최근 황혼이혼이 급증하면서 국민연금 분할연금 수급자가 10년 만에 8.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집과 예금이 재산분할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노후 소득의 기반인 국민연금까지 분할 대상이 되면서 이혼 후 노후 설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분할연금 수급자는 2014년 1만1,802명에서 2024년 6월 기준 9만9,818명으로 늘었다. 수급자의 약 88%는 여성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수급액도 2015년 18만4천 원에서 지난해 29만 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분할연금은 혼인 기간 동안 형성된 국민연금 수급권을 이혼한 배우자와 나누는 제도다.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이고 양측이 노령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하면 상대 배우자의 국민연금 일부를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황혼이혼 증가와 맞물려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혼인 기간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 비중은 1997년 9.8%에서 2024년 36.2%로 급증했다. 자녀 양육이 끝난 뒤 각자의 삶을 선택하는 부부가 늘어나면서 연금 분할 역시 중요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사회보장연금(SSA·Social Security)은 이미 오래전부터 배우자 보호 제도가 발달해 있다. 미국에서는 결혼 기간이 10년 이상인 부부가 이혼할 경우 전 배우자의 사회보장연금을 기준으로 배우자 급여(Spousal Benefit)를 받을 수 있다. 전 배우자가 재혼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연금보다 유리한 경우 전 배우자 기록을 활용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연금액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반면 한국은 국민연금을 실제 수급하기 시작한 이후에 분할하는 구조다. 따라서 한쪽 배우자가 연금을 받기 전 반환일시금을 수령하면 상대 배우자의 분할연금 권리가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분할일시금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앞으로는 배우자 한쪽이 반환일시금을 받더라도 상대방이 자신의 몫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에서는 이미 유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독일과 일본처럼 이혼 시점에 가입 기간과 소득 이력을 즉시 나누는 ‘가입이력 분할제도’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경우 이혼 이후에도 각자가 독립적인 연금 수급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 노후 빈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은 결혼 10년이 중요한 기준이지만 한국은 혼인 기간 5년 이상이 기준이라는 점도 차이다. 미국은 상대방의 연금 기록을 활용해 추가 혜택을 받는 구조인 반면 한국은 실제 연금액을 나누는 방식이다.

결국 국민연금은 더 이상 개인의 자산만이 아니다. 긴 혼인 기간 동안 함께 형성한 노후 자산으로 인식되면서 황혼이혼 시 가장 중요한 재산분할 항목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노후 생활비 대부분을 연금에 의존하는 고령층에게는 이혼이 단순한 관계 정리가 아니라 향후 수십 년의 생활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재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