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미국 국가 지정 문화예술의 상징이자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추모 기념관인 ‘케네디 센터 건물에서 전격 철거되었다. 지난해 말 건물 명칭에 트럼프의 이름이 추가된 지 불과 6개월 만이다.
작업자들은 금요일 저녁부터 건물 앞에 비계를 설치했으며, 현장에는 이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많은 시민이 모여들었다.
이번 철거는 연방법원이 케네디 센터 측에 “금요일 정오까지 원래 이름을 복원하라”고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센터 측은 이에 앞서 공식 웹사이트와 유튜브 채널 등에서 ‘트럼프’라는 이름을 삭제하기 시작했으며, 내부 법률고문실 역시 모든 홍보물과 표지판에서 트럼프 관련 언급을 지우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측근들로 채워진 케네디 센터 이사회가 센터 명칭을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변경하기로 만장일치 의결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이 결정은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사회 당연직 위원이었으나 투표권을 박탈당했던 오하이오주의 조이스 비티 하원의원은 즉각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을 맡은 크리스토퍼 쿠퍼 연방지법 판사는 지난 5월 판결문을 통해 “케네디 센터라는 명칭을 부여한 것은 의회이며, 이를 바꿀 수 있는 권한 역시 의회뿐”이라며 이사회의 결정이 의회의 명확한 권한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쿠퍼 판사는 이사회의 마지막 집행정지 신청 역시 기각했다.
법원은 명칭 복원뿐만 아니라, 센터 측이 ‘보수 및 리모델링’을 이유로 오는 7월 5일부터 2년간 센터를 전면 폐쇄하기로 했던 결정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센터 법률고문실의 내부 메모에 따르면, 센터 측은 “법원이 리모델링 기간 중 반드시 문을 열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은 아니다”라며 여전히 전면 폐쇄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추가적인 갈등이 예상된다.
비티 의원 측을 대리한 노먼 아이젠 변호사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센터 측이 법원 명령을 성실히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관료적 태만과 관성을 이용해 7월 5일 이후 사실상의 전면 폐쇄를 밀어붙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젠 변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리모델링 계획은 센터를 정상 운영하면서 필요한 유지 보수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전면 폐쇄를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트럼프라는 이름이 예술가와 관객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느낄 당혹감과 굴욕을 감싸주기 위한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2기 행정부 들어 연방 정부와 워싱턴 정계 전반에 걸쳐 자신의 색채를 강하게 입히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법원이 제동을 건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미국 여권, 군함, 사회 복지 프로그램은 물론 여러 연방 건물에 자신의 이름과 이미지를 부착해 왔다. 심지어 생존한 대통령 중 최초로 향후 발행될 미국 지폐에 자신의 친필 서명을 넣기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또한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과 뉴욕 펜실베이니아(펜) 역의 명칭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려는 시도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젠 변호사는 “이번 싸움은 단순히 건물 이름을 지키는 것을 넘어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트럼프의 독단적인 행보를 저지하는 의미가 있다”며 “나라가 애도하고 그리워하는 서거한 대통령(JFK)의 기념관을 지키고, 정치화된 이름 때문에 떠났던 예술가와 관객들에게 온전한 문화 공간을 돌려주었다는 데 큰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유에스코리아 윤영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