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딴 살림’에 유엔, 예산 바닥
*美누적 체납액, 약 22억 달러
*7월 운영자금 고갈·9월 유엔총회 무산 우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이 회원국들의 분담금 미납으로 유엔 재정 붕괴가 임박했다며 강도 높은 경고에 나섰다. 특히 최대 분담국인 미국이 사실상 납부를 중단하면서, 유엔 본부 폐쇄와 정례 총회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BBC,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최근 193개 회원국에 보낸 서한에서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7월이면 유엔 운영비가 완전히 소진될 수 있다”며 “임박한 재정 파탄을 막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총장은 서한에서 회원국들이 유엔 헌장에 따른 의무 분담금을 기한 내 전액 납부하거나, 미사용 예산 반환 등 기존 재정 규칙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유엔이 과거에도 재정 위기를 겪은 적은 있지만, 이번 상황은 분명히 다르다”며 “전체 시스템의 건전성은 회원국들의 의무 이행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의 재정 상황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2025년 기준 회원국 분담금 납부율은 77%에 그쳤으며, 미납액은 사상 최대인 15억7000만 달러(약 2조28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약 두 배 증가한 수치다.
이번 위기의 핵심에는 최대 분담국인 미국이 있다. 미국은 유엔 정규 예산의 22%를 부담해야 하는 나라지만, 지난해 정규 예산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았고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대해서도 약 30%만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미납분까지 합치면 미국의 누적 체납액은 약 22억 달러에 달한다.
유엔 내부에서는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구테흐스 총장이 언급한 “승인된 정규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분담금 납부 거부”가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국 납세자의 돈으로 세계주의 의제를 추구하는 국제기구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며 31개 유엔 산하기구를 포함한 다수 국제기구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가자지구 재건을 명분으로 별도의 평화위원회 출범을 추진하며, 유엔의 기존 역할을 대체하려 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여기에 영국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 역시 대외 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밝히면서 유엔 재정 압박은 더욱 가중되는 분위기다.
닛케이는 “7월 자금이 바닥날 경우 뉴욕 유엔 본부는 폐쇄 절차에 들어갈 수 있으며, 9월 예정된 정례 유엔총회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유엔이 회원국들의 ‘지갑 닫기’ 속에 존립 위기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