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미국 전역에서 건강보험료가 급등하면서 미주동포 사회에도 비상이 걸렸다.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ACA)에 따른 보험료 보조금이 지난해 말 종료되면서, 그 부담이 고스란히 가입자들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조금 종료 이후 상당수 가입자의 보험료가 두 배 이상 치솟자, 자영업 비중이 높은 미주 한인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보험료만 급등하면서 “보험을 유지해야 하나, 포기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일상이 됐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4인 가족 기준 월 보험료가 지난해 1,300달러에서 올해 4,000달러로 급등했다. 매달 2,700달러가 추가로 빠져나가지만 뚜렷한 대안은 없다. 김 씨는 “보험료만으로 웬만한 렌트비 수준”이라며 “중산층이라기보다 중간에서 밀려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보험료 폭등은 한인 가정의 선택지를 급격히 좁히고 있다. 일부는 아예 무보험 상태를 택했고, 일부는 월 보험료는 낮지만 병원 한 번 가면 수천 달러를 부담해야 하는 저보장 보험으로 갈아타고 있다.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최모 씨 가정은 월 2,000달러에 달하는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남편의 보험만 유지하고 아내의 보험은 해지했다.
오바마케어 보조금은 2021년부터 한시적으로 확대되며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소규모 사업체 종사자들에게 숨통을 틔워줬다. 이 덕분에 지난해 기준 가입자는 약 2,400만 명에 달했지만, 보조금 종료로 이 안전망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보조금이 사라질 경우 최대 400만 명이 보험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주 한인사회는 특히 타격이 크다. 고용주 제공 보험이 없는 자영업자와 가족 단위 가입자가 많아, 보험료 인상은 곧 생계 압박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아파도 병원 가는 게 두렵다”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민주당은 오바마케어 보조금을 3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를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에게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의료보험 개편을 주장하고 있으나, 여야 간 이견이 커 단기간 내 해법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건강보험료 급등 문제는 이미 고물가와 생활비 상승에 지친 미주동포들의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정치권의 힘겨루기 속에서 실질적 보호 장치는 사라지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서민과 자영업자에게 돌아오는 형국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처럼, 오바마케어 보조금 종료의 후폭풍 속에서 미주 한인들의 한숨은 새해 들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