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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숨고르던 한중 관계 다시 달릴 준비가 됐나

“이재명은 능력 있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새로운 한국 대통령이 탄생한 것을 축하한다”

지난 3일 조기 대선으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한중관계에 관심 있는 중국 내 지인들로부터 별안간 받은 메시지 내용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한중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4일 시진핑 주석은 즉각 축전을 보냈고, 중국 정부에도 한중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추진할 용의가 있다는 긍정적 발언들이 나왔다.

지난 몇 년간 한중 관계는 사드 배치, 코로나19, 윤석열 정부에서 한미 동맹 위주의 ‘가치외교’ 노선 등의 계기가 겹치며 큰 부침을 겪었다. 중국 특유의 관료주의로 인해 양국 관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 교민이나 기업인 사이에서도 ‘한중관계가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래 지하도 있더라’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중국에서 한중 관계에 대해 긍정적 기류가 감지되는 것은 분명히 그동안 악화한 한중 관계를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경제 성장률에 빨간불이 켜진 중국 입장에서도 관세 공동 대응, 공급망 재편 등에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긍정적 여건도 마련됐다. 당장 오는 9월로 예정된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이자 한국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양측 간 기념행사를 개최해 공감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11월 경주에서 개최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의 11년 만의 방한이 이뤄질 수도 있다. 양국 정상이 직접 소통해 신뢰를 형성하는 ‘정상외교’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더욱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을 하기에는 곳곳에 불안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부터 미중 간 진영 선택의 갈림길에 선 모양새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대해 ‘중국의 개입을 우려한다’는 이례적 반응을 내놨다. 한중관계 개선을 노골적으로 반대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러자 중국도 즉각 ‘이간질을 중단하라’고 했다.

한국과 중국 내에서 커지는 반중, 반한 감정의 적절한 관리도 당면 과제다. 특히나 계엄 선포를 계기로 확산한 혐중 정서가 일상에 파고든 마당에 국민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양국 관계 개선은 어렵다.

한중 관계는 단순한 외교 문제를 넘어서 양국 정치, 경제, 안보, 문화 등 국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구조적 관계다. 그런 측면에서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실용외교’는 한중 관계가 전기를 마련하는 데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실용’은 ‘실질적인 쓸모가 있다’는 뜻으로 보통 사용된다. 진정한 한중 관계 개선은 관계의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하는 데서 출발해 한중 관계가 실제 우리 생활에 ‘쓸모 있는 존재’로 다가오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