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백악관 복귀 이후, 전임 정부의 주요 정책을 전면 철회하거나 뒤집는가 하면 ‘영토팽창주의’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며, 각국을 상대로 고율의 관세를 발표해 전세계를 당혹스럽게 했다. 취임 100일 동안 이목을 집중시킨 10가지 장면을 꼽아봤다.
1월 20일: 하루 26건 행정명령 폭풍 서명
트럼프는 취임식을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오자마자 당일에만 무려 26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21년 의회 폭동 가담자 사면,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등을 담은 것이었다.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압도적인 기록이다. 취임 100일 기준으로 행정명령은 조지 W 부시가 11번, 버락 오바마는 19번, 1기 트럼프는 33번, 조 바이든은 41번이었다.
1월 20일: 취임 첫날에 “김정은과 우호적인 관계”
트럼프는 백악관으로 복귀하자마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친밀한 관계를 강조하며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언급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서 인정했다기보단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단 ‘현실’을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나는 김정은과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며 “그는 나를 좋아했고, 나도 그를 좋아했다. 우리는 매우 잘 지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3월 31일에는 김정은 총비서와 “소통이 있다”며 “어느 시점엔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됐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2월 4일: 가자지구 점령계획 발표…’중동의 리비에라’로
트럼프는 취임 후 첫 정상회담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뒤 전쟁으로 황폐해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중동의 ‘리비에라’로 만들겠다고 했다. 리비에라는 ‘해안’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바닷가 관광지에 종종 붙여지는 이름이다. 그는 미국이 가자지구를 재개발하기 위해 “점령하고 소유하겠다”고 밝혀 국제사회의 분노를 일으켰다.
2월 11일: 머스크 아들, 깜짝 백악관 방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게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다섯 살 아들 ‘엑스 애시 에이 트웰브(X Æ A-Xii)’를 목말 태운 채 백악관 집무실에 나타나 취재진 앞에서 연방정부 기관 공무원의 관료주의를 질타해 그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실세 중의 실세임을 과시했다. 이날 엑스는 트럼프 옆에 다가가 그를 올려다보거나, 코를 후비기도 하며 시선을 끌었다.
2월 12일: 푸틴과 첫 통화…국제 고립에서 탈출시켜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시간30분가량 통화해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년간 이어졌던 국제적 고립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했다. 푸틴과의 통화는 3월 18일에도 이어졌고, 유럽 국가들이 배제된 채 여러 차례 미국과 러시아 간 회담이 열렸다. 관계 회복에 따라 두 차례 수감자 교환이 이뤄졌다.
2월 14일: ‘대서양 동맹’ 균열 신호탄
JD 밴스 부통령은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연설에서 트럼프를 두고 “워싱턴에 새로운 보안관이 나타났다”고 선언했다. 독일 주류 정당들이 반이민·극우 성향인 독일대안당(AfD)과 협조하면 안 된다는 ‘방화벽’을 세우는 것을 두고 “민주주의는 국민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신성한 원칙에 기반을 둔다”며 “방화벽을 세울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유럽의 이민 정책 방향을 바꿀 것을 촉구했다. 밴스의 발언은 트럼프 2기 시대에 대서양 동맹에서 발생하는 큰 균열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월 28일: 백악관 정상회담 파국…젤렌스키와 공개 충돌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갖고 광물협정을 체결하려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관련 대화를 나누다 언쟁을 벌였고, 트럼프와 밴스 부통령으로부터 “미국의 지원에 감사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았다. 젤렌스키는 이날 “정장을 입지 않는다”는 공격까지 받았다. 회담은 파국으로 끝났다. 애초부터 트럼프가 뻣뻣한 젤렌스키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기획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소셜 미디어에 대통령과 부통령이 “푸틴의 더러운 일에 동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냈던 벤 로즈는 “트럼프는 세계에서 미국을 극우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데다 거래 중심적이고 무가치한 과두제 국가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세계의 독재 정권들과 합을 맞추는 일”이라고 말했다.
3월 4일: 의회연설서 “한국 관세 美 4배, 불공평”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미국보다) 4배나 높다”면서 “그리고 우리는 한국에 군사적으로, 그리고 여러 가지 다른 방법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시스템은 미국에 결코 공평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취임 후 공개 석상에서 한국과 관련해 의미 있는 언급을 한 것은 이날 의회연설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평균 관세율이 4배나 높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또 알래스카 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건설을 언급하며 한국과 일본 등이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면서 “정말 대단한 장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78세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트럼프는 1시간 39분 동안 연설하며 기존 빌 클린턴의 2000년 기록(1시간 28분)을 넘어서며 최장 시간 연설 기록을 썼다.
4월 2일: “해방의 날” 상호관세 발표
이른바 ‘해방의 날’로 명명한 4월 2일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로 명명한 백악관 로즈가든 행사에서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새로운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모든 무역 상대국에 10%의 기본관세를 새로 부과하되, 약 60개 국가에는 이보다 많은 관세율을 적용했다.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선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4월 9일: 상호관세 90일간 유예
9일 0시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 13시간 만에 상호관세를 즉시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한다고 밝혔다. 보복 대응에 나선 중국에 대해서는 상호관세율을 125%로 재차 인상했다. 대중국 관세는 지난 2~3월에 발효된 것을 포함하면 145%까지 올랐다.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을 약탈하는 일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고 용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종일 선임기자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