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 장례미사 엄수…경건한 박수로 25만 명이 마지막 길 배웅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26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세계 정상들과 조문객 25만 명이 모인 가운데 엄수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교황청은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에 25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고 발표했다.
저격수와 전투기를 배치하고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는 등 삼엄한 경비 속에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교황의 관이 등장하자 경건하게 박수를 보냈다.
= 옛 ‘교황의 길’ 따라 걸음걸이 속도로 6km 운구 최종 안장지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 직후 최종 안장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성모 대성전)으로 운구가 시작됐다.
교황의 시신은 이날 바티칸(교황청) 성 베드로 광장에서 장례 미사를 마친 뒤 흰색 운구차에 실려 성모 대성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운구 행렬은 옛 교황의 길, ‘비아 파팔리스'(Via Papalis)를 따라 6km가량 이어진다.
비아 파팔리스란 중세 시대 교황들이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즉위한 뒤 로마 주교좌 성당인 라테라노 대성당까지 말을 타고 이동하던 경로를 말한다. 베네치아 광장, 콜로세움 등 로마의 여러 명소를 지나간다.
현대 교회사에서 교황의 시신이 비아 파팔리스를 따라 운구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운구는 최대한 많은 군중이 교황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할 수 있도록 걸음걸이 속도로 느리게 진행된다. 이날 앞서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교황의 장례 미사에는 교황청 추산 25만 명이 함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50개국 정상도 자리했다.
= “열린 마음 가진 민중 속의 교황”…교황 장례미사 강론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은 그를 “열린 마음을 가진 민중 속의 교황”이라고 표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조반니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 모든 사람과 직접 소통하며 특히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 곳곳의 전쟁과 분쟁 속에서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였다”며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전쟁과 그 비인간적인 공포, 수많은 죽음과 파괴 앞에서 그는 계속 평화를 호소하고 가능한 해결책을 찾으려 이성적으로 정직한 협상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조반니 추기경은 교황이 “가톨릭교회는 모두의 집”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교회가 항상 문이 열려 있는 집이며 모든 사람에게 다가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조했다. 교황은 성소수자나 이혼자에 대한 판단을 거부면서 그들의 신념이나 처지와 상관없이 모두를 포용해야 한다고 설파했었다.
특히 난민과 이민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교황이 셀 수 없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 유럽 안보 위태 순간에 2025년 최대 규모의 정상 집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 로마에 머무는 16시간 동안 어떤 ‘외교적 창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해외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동맹들에 대한 무차별 관세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가 시끄러운 가운데 드디어 국제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의 만남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와의 중재를 자처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교황 장례식에 참석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도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 27개 회원국을 이끄는 사령탑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재취임 이후 아직도 그를 만나지 못했다.
미국과 EU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로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를 두고 ‘한심하다’, ‘무임승차자’ 같은 강도 높은 표현으로 비난해 왔다.
이날 교황 장례식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등 50개국 정상, 10개국 군주를 비롯한 130여 개국 대표단이 참석한다.
= “이민자들 앞에 벽을 세우지 말고 다리를 놓아라.”
교황의 장례 미사를 집전한 조반니 바티스타 레(91) 추기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교황이 생전 가장 강조했던 메시지를 꺼내 들었다. 레 추기경은 이민자에 대한 배려와 전쟁의 종식, 기후 변화 대응 등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에 관심을 가지던 주제들을 하나하나 회고했다.
레 추기경은 트럼프에 대한 교황의 공개적인 비판 메시지 중 하나였던 “이민자들에게 벽을 세우지 말고 다리를 놓으라”고 했던 것을 언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가 1기 동안 이민자 추방 정책을 밀어붙일 당시 “어디에 있든 벽을 쌓는 것만 생각하고 다리를 놓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라며 “그것은 복음에 없는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었다.
최근 교황은 트럼프 2기가 또다시 이민 단속을 강화하자 “망신스러운 일”이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 교황 장례 미사서 들린 ‘중국어 기도’…대중관계 개선 교황 노력 반영
교황의 장례 미사에선 처음으로 중국어가 울려 퍼졌다.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이날 장례 미사에서 ‘보편 지향 기도'(the Universal Prayer)라 불리는 ‘신자들의 기도”(the Prayer of the FaithFul)를 낭독했다.
이후 추기경들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폴란드어, 독일어, 중국어로 신자들의 기도를 낭독했다.
특히 미얀마의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중국어로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모두 성스러운 신비를 기념한 후 언젠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부르셔서 영광스러운 그의 왕국에 들어가게 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의 장례 미사에서 중국어가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생전 중국 방문 의사를 밝히는 등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써 온 교황의 노력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청과 중국은 오랫동안 갈등을 빚었다. 지난 1951년 중국은 대만과 수교한 교황청과 단교했으며 중국이 독자적으로 주교를 임명하면서 교황청과 갈등은 고조됐다.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