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회의론자’ 케네디 장관 “백신 포함 모든 것 들여다볼 것”
자폐증협회 “자폐증은 전염병 아냐”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이 9월까지 자폐증의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현실적이며 잘못된 접근”이라며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BBC 방송에 따르면 케네디 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각료 회의에서 “9월까지 자폐증 팬데믹의 원인을 알 것이며 이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대규모 시험 및 연구 노력”을 약속했으며 이 과정에 “전 세계 수백 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자금이 투입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환경 변호사 출신으로 평소 ‘백신 회의론자’로 잘 알려진 케네디 장관은 백신 또한 이번 연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백신도 들여다보겠지만 결국 모든 것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질방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00년에는 150명 중 1명이었던 것에 비해 현재 미국 어린이 36명 중 약 1명이 자폐증 진단을 받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자폐증 연구에 매년 3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면서 태아기 농약 노출, 대기 오염, 조산, 저체중 출산, 산모의 건강, 고령 임신 등 여러 요인이 자폐증의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자폐증을 전염병으로 묘사한 케네디 장관에 대해 전문가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미국 자폐증협회는 성명을 내고 케네디 장관의 계획이 “유해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자폐증이 “만성 질환도 아니고 전염병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케네디 장관이 자폐증 연구 책임자로 백신 회의론자인 데이비드 가이어를 임명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 하원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가이어는 메릴랜드주에서 의학 학위와 면허 없이 의술을 행하고 자폐증 아동에 위험한 치료를 처방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이론은 1998년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홍역·볼거리·풍진 백신(MMR)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찾는다고 주장하는 의학 저널 논문을 발표한 이후 널리 퍼졌다. 해당 논문은 나중에 철회됐고 웨이크필드는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네디 장관은 지난해 8월 한 인터뷰에서 “자폐증이 백신에 의해 발생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당선인이던 지난해 12월 케네디 장관에게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시킬 것이라고 시사한 바 있다.
김지완 기자<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