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미협상 재개 전 '韓 레드라인' 美에 명확히 전달해야">>
미국이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해 유럽 동맹국뿐만 아니라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까지 배제하는 모습이다. 이에 향후 북미 대화 재개 시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하지 않게 우리의 ‘원칙’을 미국 측에 선제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최근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조기 종전’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침공 피해국인 우크라이나를 노골적으로 협상 테이블로 몰아세우는 압박을 강화했다.
키이우를 방문한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특사는 20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종전 문제를 협의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로 했지만, 이 회견은 미국 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취소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 언급’을 낸 탓이란 게 미국 측 주장이지만,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종전 문제와 결부된 각종 협상이 애초부터 우크라이나가 수용하기엔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12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희토류 개발 수익의 50%를 전쟁 지원 대가로 요구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광물협정 초안’을 거부했다.
관련 조항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석유·가스·광물 등 천연자원에서 나온 수익뿐만 아니라 항만 등 기반 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50%를 미국에 양도해야 한다. 이후 미국 정부는 광물 협정을 수정해 제안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에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거부했던 초안과 거의 동일할뿐더러 일부 조항은 오히려 더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행정부와 달리 유엔 무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러시아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앞둔 21일 러시아를 규탄하기 위한 유엔 결의안에 동맹국들과 ‘러시아 침공’을 규탄하는 대신 자체 결의안을 제출하고, 이 전쟁이 러시아의 ‘침공'(aggression)에 따른 것이 아닌 ‘분쟁'(conflict)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종식하는지에 한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그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의 ‘브로맨스’를 강조하고 있고, ‘두 개의 전쟁’이 마무리되면 북미 대화 재개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용인하거나 한미 연합훈련 축소 등을 동맹국 한국과 상의 없이 진행한 전례도 있다.
이런 가운데 ‘예측 불가’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해 우리가 먼저 미국에 일종의 ‘레드라인’을 그을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이는 북미 협상이 재개됐을 때 한미동맹을 기초로 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그리고 미국의 굳건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받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자체 핵무장’ 등 다른 선택지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걸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1기 때 충분히 봤듯 미국은 동맹국, 우호국에 친절하지 않고 사전, 사후 협상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라며 “앞으로 북미 간 협상 재개 전 한국 배제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해야 한다. 특히 우리가 최소한의 레드라인 원칙 최소 한두 가지를 미국에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북미 대화와 관련된 ‘패싱 이슈’를 전략적 측면에서 우리가 먼저 띄울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이 미리 초조함을 드러내며 패싱 논란을 얘기하는 건 오히려 전략적으로 불리하다”라며 “중요한 건 미국 측에 북미 협상 재개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대북제재 일괄 해제는 불가능하다’ 등의 한국의 기본 입장을 먼저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윤영 기자<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