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조류 충돌로 비행기 추락 안해” “추측은 조사의 천적…선언적 발언 중단해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충돌)가 거론되는 가운데 외신에서는 원인을 속단해서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날 “항공 전문가들은 한국 당국이 언급한 조류 충돌이 여객기 추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현재 관계 당국은 이번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조류 충돌을 우선 검토 중이다. 새 떼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 엔진과 연결된 유압장치에 문제를 일으켜 랜딩기어(착륙장치)를 제대로 펴지 못해 동체 착륙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해외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을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비행 안전 전문가이자 루프트한자 여객기 조종사인 크리스타인 베커트는 로이터에 “랜딩 기어를 내릴 수 있는 독립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있다”라며 조류 충돌로 랜딩 기어가 손상됐을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항공 전문가이자 에어라인뉴스 편집자인 제프리 토마스는 “조류 충돌은 드문 일이 아니고 랜딩 기어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 역시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일반적으로 조류 충돌만으로 비행기가 추락하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 당국이 조류 충돌을 원인으로 추정한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전 미국 연방항공청(FAA) 안전검사관인 데이비드 수시는 CNN에 “추측이야말로 사고 조사관의 천적”이라며 “항공기 사고 조사 시 정보가 보호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며 이런 종류의 일에 대해서는 어떤 추측도 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항공 산업 컨설턴트 스콧 해밀턴도 수시의 우려에 동감하며 한국 당국을 향해 “선언적인 발언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랜딩기어 문제 발생시 스트레스 최소화 위해 연료 공중에서 투기>>
항공기가 이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비상 착륙해야 할 상황이 되면 조종사들은 연료방출시스템(fuel dump system)을 가동해 항공기를 최대착륙중량(MLW) 이하로 만든 뒤 착륙을 시도한다.
외신과 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연료방출시스템이 가동되는 경우는 △이륙 직후 엔진 고장 등으로 출발 공항으로 즉시 복귀해야 할 때 △악천후나 기타 외부 상황으로 항공기가 대체 공항으로 우회 착륙해야 할 때 △랜딩 기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등이다.
랜딩 기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연료를 버리는 건 비상 착륙 시 무게를 줄임과 동시에 랜딩 기어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지난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추락한 제주항공의 보잉 737-800은 착륙 시 중량을 줄여 주는 연료방출시스템이 없는 기종이다.
이 시스템이 없는 기종은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착륙지 상공을 빙빙 돌아 연료를 소모한 뒤 착륙을 시도하거나 상황에 따라 지체 없이 초과 중량 상태로 착륙해야 한다.
박재하,강민경 기자<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