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다이이치고 2-1 제압…창단 첫 우승 쾌거>>
“동해 바다 건너서”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가 일본 전역에 울려 퍼졌다.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연장 승부 끝 승리,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간토다이이치고와의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결승전에서 10회 승부치기 끝에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1999년 창단한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사상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1915년 창설된 고시엔은 올해 106회째를 맞이한 일본의 대표적인 고교야구대회다. 봄에 진행되는 선발고등학교야구대회와 여름에 펼쳐지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등 2차례 고시엔이 열린다.
일본의 수많은 야구 스타들이 이 대회를 통해 잠재력을 터뜨리며 조명 받는데, 그런 유서 깊은 대회에서 한국계 고등학교가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교토국제고는 해방 이후인 1947년 재일교포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우리말과 문화 교육을 위해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다. 일본 정부의 정식 인가는 2003년에 받아 현재의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중·고교생 합해 전교생 160명이며 야구부는 1999년 창단했다.
2021년 봄 고시엔에서 4강에 올라 큰 주목을 받았던 교토국제고는 올여름 고시엔에서 사상 첫 결승진출까지 성공했고, 기어이 정상까지 올랐다.
경기는 10회 승부치기에서 결정됐다.
교토국제고는 무사 1,2루에서 시작된 승부치기에서 9번 나카자키 류가 타석에 들어섰고, 좌전 안타로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이후 교토국제고는 밀어내기로 길었던 ‘0’의 침묵을 깼다. 그리고 곧바로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2-0까지 달아났다.
그러나 1사 만루에서 2루 땅볼, 중견수 플라이를 치며 더 이상의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 수비에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10회말 간도다이이치고도 무사 1,2루 승부치기 상황에서 상대 실책으로 무사 만루를 만들었고, 곧바로 2루 땅볼로 1-2로 추격했다.
하지만 교토국제고의 막판 간절함이 보다 강했다. 후속타자를 내야 땅볼로 돌려세운 뒤 상대 3번 사카모토 신타로를 삼진 아웃으로 잡아내며 감격의 우승을 확정했다.
고마키 노리쓰구 교토국제고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 “대단한 선수들에게 감탄했다”며 “전원이 강한 마음을 갖고 공격한 결과“라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자 고시엔 구장엔 이날도 승리 팀 교가(校歌)를 트는 관례에 따라 교토국제고 교가가 흘러나왔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를 선수들이 따라 부르는 모습은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일본 고교 야구를 상징하는 고시엔에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단 소식은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일본의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의 제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교토 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고시엔 결승전 구장에 힘차게 울려 퍼졌다”며 이같이 적었다.
이어 “열악한 여건에서 이뤄낸 기적 같은 쾌거는 재일동포들에게 자긍심과 용기를 안겨주었다”며 “야구를 통해 한일 양국이 더욱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시 야구는 위대하다. 많은 감동을 만들어내니까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