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프리카 케냐에서 벌어진 증세 반대 시위가 격화하자 경찰이 실탄 발포로 대응하며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현지 의사협회가 26일(현지시간)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이먼 키곤두 케냐 의사협회장은 이날 “지금까지 적어도 13명이 숨졌지만 이건 최종적인 숫자가 아니다”라며 “무장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같은 수준의 폭력을 행사하는 건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시위대는 오는 27일 윌리엄 루토 대통령의 집무실과 관저를 점거한다는 일정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전날 오전 수도 나이로비의 국회 의사당을 습격해 상원 본회의장까지 점거했다. 케냐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실탄을 발포했다.
케냐 경찰은 최루탄과 총탄을 사용해 오후에 시위대를 국회 의사당 건물 밖으로 몰아냈다. 혼란 속에서도 같은 날 케냐 국회는 27억 달러(약 3조7570억 원) 상당의 세금을 추가로 징수하는 재정법을 통과시켰다. 표결을 마친 의원들은 지하 통로를 이용해 신속히 대피했다.
지난주 케냐 곳곳에서 평화롭게 시작된 시위는 이날 의회에서 법안이 강행 처리될 조짐을 보이자 점차 과격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이번 증세 반대 시위는 뚜렷한 주체 없이 주로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케냐의 Z세대(1990년대 중반이후 출생자)를 중심으로 조직됐다. 이들은 정부의 세금 인상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후세인 알리(18)는 로이터에 “그들은 부정부패를 위한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며 루토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X에서 활동하는 시위대는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서도 증세 반대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시위대는 스와힐리어와 영어를 섞어 “목요일에 만나자”는 등의 메시지를 올리며 동참을 유도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이복 누나인 케냐 시민운동가 아우마 오바마가 25일(현지시간) 케냐 국회의사당 밖에서 농성을 벌이던 도중 최루탄을 맞았다고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이날 케냐 의회는 증세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에 아우마도 참여한 것이다.
아우마는 이날 CNN과의 현장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며 시위대와 함께 “최루탄을 맞고 있다”며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목격하기 위해서다. 케냐 젊은이들은 권리를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동족에게 최루가스를 뿌릴 수 있나”라면서 “시위대의 말을 들어보라. 이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라. 그들이 미래다”고 호소했다.
아우마는 1960년대생으로 1961년생인 버락 오바마(버락 후세인 오바마 2세) 전 대통령보다 1살 많다. 케냐계 영국인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친인 버락 오바마 시니어와 역시 케냐인인 그의 첫째 부인 케지아 오바마 사이의 딸이다. 대통령을 지낸 버락 오바마의 어머니는 앤 던햄으로 미국인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버지는 앤 던햄과도 이혼하고 다시 케냐에서 케지아와 재결합했다가 1982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강민경,김성식, 권영미 기자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