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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줘서 고맙고 잘해줘 고맙고…” 80대 농민 웃게 한 베트남 ‘MZ’들

사진 = 1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 감귤밭에서 베트남 공공형 계절근로자들과 80대 농민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제주에 와 농가 일손을 도운 베트남 근로자들은 이달 중순 고향으로 돌아간다

<<제주 첫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들 5개월 만에 귀국 "정들었는데 떠나니 아쉬워" "한국어 배워 다시 올게요">>

“자식같이 아꼈고 고마웠지. 떠난다니까 너무 아쉬워.”

“아버지, 잘해주셔서 캄싸했씁니다.”

1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한 감귤밭 농가에 웃음꽃이 피었다.

작년 11월 초 제주에 온 공공형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이 약 5개월간의 근무를 마치고 오는 18일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동안 외국인 근로자들로부터 감귤 농사 도움을 받았던 문대오 할아버지(87)는 이날 직접 감귤밭에 나와 곧 떠나는 베트남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베트남 근로자들도 문 할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며 연신 고개 숙여 고마움을 표시했다.

문 할아버지는 베트남 근로자들에게 “정말 칭찬해 주고 싶다. 정이 많이 들었는데 떠난다고 하니 서운하다”며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은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하는데 외국인 근로자들이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베트남 근로자들도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에 들떠 하면서도 짧은 기간이지만 제주에서 겪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었다.

베트남 남딘성에서 온 황녹민 씨(34)는 “감귤 농사를 해본 적이 없어 처음 제주에 와선 걱정도 되고 마음이 힘들었다”며 “다행히 농가와 농협에서 잘 챙겨주고 가르쳐줘 일을 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면 오토바이 1대를 사고 집도 고칠 계획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제주에 오고 싶다고 밝혔다.

레티김국 씨(40·여)도 “제주에서 모은 돈을 자녀 학비와 새 전자제품 구입 등에 쓸 예정”이라며 “베트남에 돌아가면 한국어를 배워 다시 (한국에) 왔을 때 대화를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작년에 처음 도입한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은 지역농협(위미농협)이 외국인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농가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베트남 계절근로자 41명(남 16명·여 25명)이 6.82대1의 경쟁률을 뚫고 제주에 와 감귤 농가에 배치됐다.

농협 관계자는 “근무 기간 단 1명의 포기자나 이탈자도 없이 성공적으로 사업을 마무리했다”며 “농협에서도 근로자 가족들에게 설 선물을 보내고 겨울옷을 선물하는 등 최대한 지원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근로자들은 25~39세로서 1980~2010년대생을 일컫는 ‘MZ세대’들이다. 이 가운데 25~30세도 9명이나 된다.

이들은 숙박비와 4대 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한 달 평균 200만~250만원 정도를 받았다. 베트남 현지에서 받는 월급의 3~5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근 위미농협 조합장은 “사업을 해본 결과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었고 근로자들이 일도 잘해 농가의 호응이 매우 높았다”며 “다만 근로자들이 먹고 자는 숙박시설을 개선하려면 행정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베트남 근로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