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름 부르지 않고 '내 전임자'로 지칭해 '마가' 차림 공화당 의원과 "4년 더" 외친 민주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임기 마지막 국정연설(연두교서)에서 오는 11월 대선에서 ‘리턴 매치’가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이때문에 당초 국정연설은 정부가 이룬 성과와 향후 정책을 홍보하고 화합을 촉구하는 성격을 띠지만 이번에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일종의 대선 출정식 연설로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트럼프’ 이름은 올리지 않은 채 국정연설 67분 내내 13번이나 그를 “내 전임자”라 부르며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는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단 한 번만 언급한 것과 대조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북전쟁 이후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을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하면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링컨 대통령과 남북전쟁 이후 오늘날처럼 미국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공격받은 적이 없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추긴 1·6 의사당 난입 사태와 2020년 대선 뒤집기 등을 비판했다.
이외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계를 언급하며 “내 전임 공화당 대통령은 푸틴에게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라며 말했다.
낙태 문제를 놓고도 “내 전임자는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고 그는 이를 자랑하고 있다”라 비난했다.
이민과 세금 정책, 경제 문제 등을 두고도 바이든 대통령은 거듭 “내 전임자”라고 말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대선 출정식으로 활용한 것을 두고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직면한 선거에서의 위기를 인식하고 있다”라며 “이는 역사적으로 길고 전례 없이 추악한 재대결이 될 것이 뻔해 보였던 트럼프와의 재대결에서 첫 포문을 연 셈이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의회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유세 현장을 방불케 했다.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표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새긴 붉은색 모자와 바이든 대통령의 국경 정책을 비판하는 문구가 담긴 배지를 착용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이 단상으로 걸어가며 의원들과 악수하고 인사하는 동안 민주당 쪽에서는 “4년 더!”라는 외침이 나왔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 도중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실시간으로 수십 개의 평가를 내놓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이 자신을 ‘전임자’라 지칭한 것과 관련해 ‘트럼프 발작 증후군'(TRUMP DERANGEMENT SYNDROME!)이라고 일축하며 “분노와 양극화, 증오로 가득 찬 연설”이었다고 총평했다.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