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로 열린 나루히토 일왕 생일 기념행사에서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가 2년 연속 연주됐다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17일 보도에 따르면 기념행사는 지난 14일 서울 모 호텔에서 450여 명의 국내외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 주재 객원논설위원은 “지난해는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대사의 영단으로 사상 처음으로 국가 ‘기미가요’가 연주돼 화제가 됐다”며 “외교 의례로서 당연하므로 올해도 (행사) 첫머리에 엄숙히 흘렀다”고 전했다.
기미가요(君が代)를 해석하면 “당신이 곧 세상”이라는 의미이지만 여기서 ‘그대’는 통상적으로 일왕을 가리킨다.
제국주의 시절 일본의 국가로서 일왕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긴 기미가요는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폐지됐었지만 1999년 다시 일본 국가로 ‘부활’했다.
구로다 논설위원은 가와세 가즈히로(川瀬和広) 공보문화원장이 이례적으로 남성 전통복을 입고 등장했으며 회장 한편에는 후쿠시마현에서 생산된 일본주도 관심을 모았다고 했다.
한편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일본이 예년처럼 기념행사를 열 경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만날 한일 외교수장 간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18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22일 다케시마의 날 기념행사에 자민당 소속 히라누마 쇼지로 내각부 정무관을 파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관은 일본 정부에서 통상 정치인이 담당하는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각 부(府)·성(省)·청(廳)의 부대신(부상)과 함께 ‘차관급’으로 분류된다.
일본 정부는 제2차 아베 신조 내각 발족 직후인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정무관을 파견해 왔는데, 올해도 참석한다면 12년 연속 파견이 된다.
다케시마의 날은 일본제국 시기였던 1905년 2월 다케시마가 시마네현의 행정구역으로 편입 고시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시마네현은 2005년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 2006년부터 매년 2월22일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의 다케시마의 날 기념행사에 강력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우리 외교부는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하거나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에 대응해 왔다.
외교부는 지난해 다케시마의 날 행사 때도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하고,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 등의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다케시마의 날 기념행사 개최일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1~22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되는 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는 날짜와 겹친다.
일각에선 한일 외교수장이 대면할 경우 독도 문제와 관련된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다만 다케시마의 날과 관련된 한일 양국의 갈등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기념행사로 인한 양국 갈등의 수위가 관리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노민호 기자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