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교정당국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나발니가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크주 제3교도소(IK-3)에서 수감 도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성명에서 나발니가 산책 후 의식을 잃을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됐고, 출동한 의료진이 30분간 응급처치를 시도했지만 소생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사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미국과 서방에서는 일제히 러시아 정부의 야권 인사 탄압이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은 물론 러시아 관료들의 부정부패와 비리 의혹을 폭로해 온 활동가다.
*러시아, 나발니 사망에 “美, 부검 결과 기다리고 비난 자제하라”
나발니의 사망 소식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가 공식 부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비난을 자제하라고 밝혔다.
16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텔레그램을 통해 “(나발니 사망에 대한) 전면적인 비난 대신 자제력을 보이고 공식적인 부검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외무부는 “모든 죽음은 항상 비극이다”라면서도 “미국이 우크라이나 감옥에서 고문사한 자국 언론인 곤잘로 리라의 사망 소식보다 러시아 교도소에서 일어난 러시아 시민의 죽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라고 전했다.
리라는 우크라이나에서 친(親)러시아 선전 활동을 하다 체포된 미국의 극우 정치 평론가로, 지난 1월 수감 도중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러시아 나발니 추모 행사서 100명 이상 구금돼 -현지 인권단체
나발니의 옥중 사망 발표 후 현지에서 열린 자발적 추모 행사에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인권 단체 OVD-인포(Info)는 17일(현지시간) 나발니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행사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단체에 따르면 수도 모스크바에서만 11명이 구금됐으며, 이외의 10개 도시에서 “이미 101명 이상이 억류됐다”.
***英 외무부, 푸틴 정적 나발니 옥중사망에 주영 러 외교관들 초치
영국 정부가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교도소 수감 중 사망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 대사관의 외교관들을 초치했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영국 외무부는 이날 오후 늦은 시간에 “러시아 당국에 전적인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하기 위해” 이같이 조처했다고 설명했다.
외무부 대변인은 “누구도 러시아 체제의 잔인한 본질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며 “알렉세이 나발니는 러시아 체제의 부패를 폭로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정치를 요구하며 크렘린(러 대통령궁)의 책임을 추궁하는 데 일평생을 바쳤다”고 했다.
****바이든 “나발니 죽음에 푸틴 책임있어…우크라 지원 서둘러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죽음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나발니의 사망 소식에 “격분했다”라며 “분명히 말하지만 푸틴이 나발니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서도 보았듯이 푸틴 대통령은 다른 나라 국민을 표적으로 삼을 뿐만 아니라 자국민에게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발니가 2020년 독극물 테러 이후 위험을 무릅쓰고 러시아로 돌아갔다는 점을 강조하며 “나발니는 감옥에서도 진실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라고 덧붙였다.
*****나발니 아내 “푸틴, 나발니 사망에 책임져야”…국제사회 단결 호소
나발니의 사망 소식에 그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가 푸틴 대통령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발나야는 이날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우리는 푸틴과 그의 정부를 믿을 수 없다. 그들은 항상 거짓말을 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나발니의 사망이) 사실이라면 푸틴과 그의 측근, 친구들, 정부가 러시아와 내 가족, 내 남편에게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를 바란다”라며 “그리고 그날은 곧 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발나야는 국제사회가 푸틴 정권에 맞서야 한다며 “우리는 모두 단결해 이 악에 대항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연설을 마친 나발나야는 참석자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았다.
***유럽 전역서 시위…수백명 러 대사관 앞으로 러 내부에선 조용한 추모식…”대규모 시위 불법”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 소식에 전 세계 곳곳에서 나발니를 애도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가 잇달았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독일 주베를린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는 수백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푸틴은 살인자” “푸틴을 헤이그로”라는 구호를 연신 외쳤다. 헤이그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있는 네덜란드의 도시다.
시위대 대부분은 러시아인이었으며 이들은 저마다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과 나발니의 사진 등을 들고 있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는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약 100여명이 “푸틴은 살인자” “절대 잊지도 용서하지도 말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대사관을 둘러싼 울타리에는 나발니를 추모하는 촛불과 꽃들이 놓여있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도 옛소련 탄압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념공간 앞에서 수백명이 나발니의 사진을 들고 추모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