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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야오방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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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사망 장쩌민과 달라…민주화시위로 번질 수도

리커창 전 중국 총리가 심장마비로 급사함에 따라 제2의 천안문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의 죽음이 1989년 천안문 사건의 발단이 됐던 후야오방 전 총서기 사망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후야오방 사망 전말은 이렇다. 대륙에서 민주화 요구가 점증하던 1989년 4월 8일 중국의 권부 중남해에서 소집된 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에 참석한 후야오방이 갑자기 쓰러졌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4월 15일 사망했다. 심장마비였다.

앞서 후야오방은 1987년 학생들의 민주화 요구 시위(1차 천안문 시위)로 인해 공산당 총서기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억울하게 숙청되었다고 중국인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연민의 정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베이징 대학생들은 후야오방에게 공정한 평가를 내릴 것을 요구하며 천안문 광장에 모여들었다. 그렇게 시작됐던 시위가 고르바초프 러시아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전면적인 민주화 시위로 번졌다.

리커창 사망과 유사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둘 다 공산당 최고 지도자로부터 버림받았고, 사인도 심장마비다.

1990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성화를 들어 보이고 있는 리펑 전 총리

앞서 지난해 12월 장쩌민 전 총서기가 사망했을 때, 서구 언론은 장쩌민 전 총서기의 추도식을 계기로 제2의 천안문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 그의 사망에 인민의 측은지심을 자아낼 요소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노환으로 사망했다. 그의 나이 96세였다. 96세면 매우 장수한 셈이다.

그는 또 행운아였다. 후야오방 실각 이후 덩샤오핑의 후계자는 자오쯔양 당시 총리였다. 그런데 그는 천안문 사건으로 덩의 눈 밖에 났다.

천안문 사건 당시 강경파의 좌장이 리펑이었고, 온건파의 좌장이 자오쯔양이었다. 덩샤오핑은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정권의 안정이 우선이라고 보고 강경파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후 리펑 일파는 무자비하게 천안문 시위를 진압했다.

강경파에게 밀린 자오쯔양은 천안문에 있는 학생들을 찾아가 “내가 너무 늦게 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덩은 이에 분노했고, 이 사건으로 자오쯔양은 후계군에서 완전히 탈락했다.

이때 덩의 눈에 띈 인물이 바로 장쩌민이었다. 당시 장쩌민은 상하이시 당서기를 맡고 있었다. 그는 천안문 사건 기간 상하이에 계엄령을 내리는 등 상하이를 잘 단속해 덩에게 점수를 땄다.

덩은 천안문 사건 직후 그를 공산당 총서기에 임명했다. 지방 공산당 간부가 중국 공산당 서열 1위로 대약진한 것이다.

집권 초기 그의 리더십은 매우 취약했다. 그러나 덩샤오핑이 오랫동안 살아줌으로써(1997년 사망) 그는 자리를 보전할 수 있었다.

그는 한 마디로 행운아였다. 게다가 96세까지 천수를 누렸다. 그의 사망이 연민을 자아낼 요소가 거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리커창 전 총리는 다르다. 향년 68세로 비교적 이른 나이에 사망했고, 사망 원인도 심장마비로 돌연사다. 게다가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많은 박해를 받았다.

리 전 총리는 한때 시 주석과 후계 경쟁을 벌일 정도로 강력한 시 주석의 적수였다. 그러나 권력투쟁에 패해 2인자인 총리에 머물러야 했다.

특히 시 주석이 3연임 금지 조항을 폐기, 영구 집권의 길을 여는 등 일인독재를 강화하자 리 전 총리는 ‘유령 총리’라고 불렸을 정도로 역사상 권력이 가장 약한 총리였다.

이는 인민의 측은지심을 자극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러나 전면적인 민주화 시위로 발전할 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지금 미국과 사실상의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면적 민주화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만약 발생하더라도 시 주석이 미국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마당에 내분으로 비칠 수 있는 민주화 시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족주의를 자극하면 시위의 확산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리 전총리의 사망이 인민의 동정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실제 중국 공산당은 주요 대학에 리 전총리와 관련한 추모식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중화권 대표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하고 있다.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